D+5 어서 와, 프랑스 시골은 처음이지?

by 제이와이

차를 달릴수록 어딘지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이 풍경을 어디서 봤지...? 아, 이건 충북 진천 어디께...라고 생각하던 중 어느덧 도착.


ㅁㅁ언니의 시부모님이 추천해주신 여행지인 Saint-Guilhem-le-Désert(생 길렁 르 데세흐)가 뚤루즈와 님 사이에 있어서, 주변에 우리 조건에 맞는 숙소를 찾다 보니 오게 된 이곳 Octon. (15년 산 사람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고, 심지어 생 길렁 도 아직 안 가봤다고)


Bienvenue, 프랑스 쌩 시고르는 처음이쥐?


Airbnb 호스트인 Carol은 9시 가까운 시간에 체크인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열심히 영-프 번역기를 돌려 의사소통하던 사이인지라,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는 나와, 영어를 전혀 못하는 그녀는 바디랭귀지+나의 Oui(yes)로 겨우 소통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환영과 소박한 웰컴 선물들이 왠지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짐을 풀고 쉬고 있는 와중 캐롤이 메시지를 보냈다.


‘There is a March tomorrow evenîng on thé square’


엥, March? 3월.. 은 아닐 테고 행진? 이 있다는 건가..? 시간도 늦었고 더 물어볼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날은 그대로 잠에 들었다.


March라는 것이 marché

마르셰, 즉 시장이 열린다는 걸 알려주려 했다는 걸, 다음 날 아침 산책을 하며 마을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여름 한 철에 목요일마다 Marché des Arts & des Saveurs (예술과 맛의 장터)가 이곳에서 열리고 마침 오늘이 목요일이었던 것! 우린 저녁 6시에 열리는 시골 장터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는 숙소의 수영장을 이용하며 푹 쉬기로 했다.


정겨운 동네 풍경과 프랑스 국민차 Peugeot 매니아의 집

게다가 아이들에게 오늘 시장에서 쓸 특별 용돈으로 10유로씩 주기로 했으니, 가족 모두 그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점심은 마을 광장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비록 물가가 스페인보다는 조금 더 비싸단 느낌은 있었지만, 프랑스 남부 특유의 풍성함이 있어, 아낌없이 담아주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넉넉히 먹을 수 있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시장이 열렸다.


각종 튀김 요리, 빠에야, 직화구이 닭고기 등등을 파는 푸드트럭

석화를 그 자리에서 까서 레몬과 함께 서빙해 주는 곳

지역 특산물인 계란, 과일, 채소나 꿀과 과자를 파는 가게

손으로 염색한 면직으로 만든 의상과 반다나 등을 파는 분

머리에 가느다란 브릿지를 달아주는 코너도 있고,

주변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내놓고 테라스에 자리를 펴 놓았다.

가족 모두 우리나라의 시장과도 흡사하고도 또 다른 이 정겨움을 한껏 소비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특별 용돈으로 머리에 브릿지도 달고, 헤어슈슈도 사고, 보태니컬 아트가 그려진 엽서를 샀다. 아이들에 대해 유독 관대한 이 나라답게, 아이들이 뭘 사든 뭐 하나씩은 더 넣어주곤 한다. 튀김을 사도 6개 사면 7개 넣어주고, 엽서를 사면 책갈피 하나를 더 넣어주는 식이다.


아이들도 돈 쓰는 재미에 신났지만, 어른들도 석화도 먹고 구슬 팔찌도 사며 신이 났다.


집에 돌아와 보니, 현관 입구에 둥그스런 무언가가 올려져 있다. 어디서 굴러온 공인가 싶어 조심히 주워 야외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러고서 들어가려는데 집주인 캐롤이 후닥닥 뛰어나와 아이들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고양이가 그려진 작은 가방!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연신 Merci beaucoup를 말하며 집에 들어갔더니 메시지가 하나 온다.


‘Te doy un melón del campo’

(스페인어로, 농장의 멜론을 당신에게 줬어요, 라는 뜻. 내가 불어를 전혀 못하는 것을 보고 스페인어로 번역한 것 같다. )


아, 아까 그 공이 멜론이구나!


예상치 못한 친절에 이제 당황스럽기까지 한다. 난, 줄게... 없는데?


마침 저녁을 먹어야 하기도 해서, 메밀국수를 삶는 도중 문득 한 그릇 나누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메밀국수에 시원한 국물을 붇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골고루 뿌렸다. 입에 맞아야 할 텐데...


밤늦게 도착한 그녀로부터의 메시지,


‘Muchas gracias muy bien’ (너무 감사해요. 너무 맛있어요)


아, 다행이다! 비록 국수 그릇을 받으면서 (프랑스어라 잘 몰라도) 재패니즈 국수 너무 좋아한다고 하긴 했지만, 뭐라도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


너도 나를 모르고

나도 너를 모르는 곳에서의

포근한 이틀째 밤이 지나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