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교사였던 엄마가 엄마표영어를 하게 된 이유는?

내 아이의 영어는 필요한 도구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by popo

영어유치원 근무 당시 한 예쁘장하고 잘 웃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당시 우리의 시스템은 원어민교사와 한국인 교사가 두 반을 운영하며 오전과 오후에 번갈아 수업을 했었다. 나와 수업을 하면 괜찮은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원어민과 수업하는 상황이 되면 울기만 했다. 그 원어민은 밝고 아이들과 잘 지냄에도 아이는 낯선 외국인과 함께해야 하며 영어만 써야하는 상황들이 부담이었던 것이다. 난 아이가 그만둘 거라 예상했지만 어머님은 고민을 많이 하셨어도 끝까지 보내셨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늘 그 아이가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과연 그 아이는 지금 영어를 즐겁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창 즐겁게 배우고 놀아야 할 시기에 울면서 앉아 있어야만 했던 그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모든 영어유치원의 시스템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반유치원과 영어유치원 둘 다 근무해 본 나로서는 아이들은 “놀면서 배울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그것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영어유치원이라는 곳은 한 반에 정원이 일반유치원보다 적다. 하지만 교실이 상당히 작고 장난감도 풍부하지가 않다. 목표가 아이의 전인발달과 사회성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영어”이고, 실력이 향상되는 걸 부모님들께 보여주어야 하다 보니 학습적인 면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같은 문장을 수없이 반복하며 외워야한다. 한글을 모르는데 영어 파닉스를 익혀야 하고 미국영어교과서를 배운다. 근무하면서 주어진 상황이니 할 수 밖에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절대 내 아이는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었다. 유치원 시기에는 다양한 재료를 접하며 마음껏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도록 하고 싶었다.


또 영어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연계로 들어가는 아이들 중 꾸준히 실력이 향상되는 아이를 보지 못했다. 잠깐 영어에 집중적으로 노출되고 학교에 가면 절대적으로 영어를 접하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초등학교 3~4학년이 되어도 7살의 영어 상태 그대로인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게다가 영어유치원에서 배운 게 있으니 아이의 수준에 상관없이 상당히 어려운 내용을 배워 학습 부담이 가중되기도 한다.


아이의 초등학교입학을 앞두고 얼마 전 영어학원 상담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거의 상황은 비슷하다. 대체로 한 번 학원에 가면 100분씩 하다 보니 아이의 시간을 상당히 학원에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아이의 영어실력이 향상되는지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내 아이는 그 시간에 책을 읽고 놀면서 보내기를 나는 바란다. 지금도 첫째 아이 주변에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하지만 나는 영어만큼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아이와 해 나가볼 생각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다녔다고 아이가 영어를 잘 할까? 나의 영어를 생각해보면 중학교 입학 전 영어를 처음 접했고 나는 영어가 좋아서 수능 때까지도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대학교 다니면서도 회화학원도 가고 영어책 사서 공부했지만 영어로 말할 때만 되면 작아지고 자신이 없다. 영어도 하나의 언어일 뿐이다. 나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필요한 일을 위해 도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금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의 학습적인 영어로는 활용하기가 어렵다.


지난 나의 영어의 경험과 영어유치원에서의 근무로 나는 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노출시켜주고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어를 언어로써 받아들이고, 영어에 대한 “감”을 키우도록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여 폭 넓은 간접 경험을 하기를 바라기에 엄마표영어를 꾸준히 진행할 생각이다. 내 아이들은 학습으로서가 아니라 언어로서 재미있게 영어를 익혀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첫째가 아기라 누워있을 때부터 영어책을 매일 꾸준히 읽어주고 영어노래를 들려주었다. 모국어가 익숙해진 다음 영어거부도 있었고 지금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꾸준한 노출의 결과 영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간단한 단어와 문장은 아이 둘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앞으로도 다른 아이와 비교되고 흔들릴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의 지난 경험들을 떠올리며 내 아이에게 중요한 것이 뭔지 되새기고 잘 진행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엄마표영어를 시작하는 엄마들에게, 가는 길이 맞는 지 아닌지 흔들리는 엄마들에게, 느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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