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기쁨
1학년 2학기부터 받아쓰기를 시작했다. 한글을 늦게 떼고 읽기, 쓰기가 서툴렀던 아이가 늘 걱정이었다. 그래서 받아쓰기를 시작하면서 주말포함 매일 한 번씩 쓰는 걸 연습시켰다. 채점도 스스로 하게 해 보고 그래도 잘 못 알면 짚어 주었다. 당연히 초반에는 많이 틀려왔다. 그러면 중간 놀이시간에 틀린 걸 3 번써야 하기 때문에 놀이 시간이 줄어 잘 봐야 한다던 아이였다.
어느 정도 회차가 지나가니 매일 연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목요일에 시험을 보니 월요일부터 연습해 보고 목요일 아침에 틀린 걸 한 번 더 써 보고 가게 했다. 대체로 2~3개 틀리는 선이었다. 당연히 시작하는 월요일은 엄청 많이 틀린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자기가 많이 틀렸다며 눈물을 글썽거리고 침대에 가서 속상해하는 모습이 보이는 거다.
늘 틀린 개수는 중요하지 않고 네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면 돼. 그리고 목요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 말해주지만 아이는 그게 아닌가 보다. 그 모습이 또 마음이 아파 자기 전에 “받아쓰기 많이 틀려도 괜찮아. 엄마는 네가 많이 틀려도 언제나 너를 사랑해. 그러니 그런 걸로 너무 속상해하지 마.”라고 말해주었다. 남편과 나는 단순히 우리가 혼내지도 않는데 왜 우는 거야라며 아이가 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하니 이런 욕심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을 어느 정도 읽고 쓰면서 파닉스를 조금씩 하고 있다. 한글을 읽으면서 영어도 익숙해진 것은 읽으려고 하기에 교재를 하거나 쉬운 영어책을 읽으면 생각날 때 읽어보게 한다. 요즘 파닉스 교재 워크북을 하는데 작은 스토리북이 있다. 해당 내용을 읽기 전에 앞에 간단히 파닉스에서 익힌 단어와 사이트워드가 나온다. 아이가 아는 것, 모르는 것을 확인하고 잘 읽지 못하는 단어에 표시를 하고 다음에 읽을 때 다시 한번 짚어 주었다. only를 계속 모르니 “엄마, 잠깐만 나 몇 번 더 말해 볼 거야.” 하면서 only를 스스로 반복하는 거였다. 속으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억지로 이거 꼭 알아야 해, 또 몰라라고 아이에게 말 한 적 없다. 그냥 이거 모르니까 다시 한번 해볼까만 했는데 계속 헷갈리니 제대로 알고 싶었나 보다.
갓 입학해서 마냥 유치원생 같던 아이가 이렇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너무 학습적으로 가서 스트레스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또 너무 관심이 없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기가 할 일은 싫어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알고 싶고 노력해야 발전이 있다. 2학기가 되어서 아이가 스스로 책 읽고 독서록을 쓰고, 일어나서 하기 싫은 날도 있지만 해야 하는 걸로 습관이 돼 아침에 문제집을 한다. 읽기 독립을 그렇게 걱정했는데 학교에 빌려놓은 책을 빨리 보고 싶다고 먼저 가 버리고 집에 오자마자 자기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옷을 벗지도 못하고 꺼내 본다. 지금처럼 조금씩 성장하며 어느 정도 욕심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해 가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엄마가 언제나 너의 곁에서 응원하고 힘이 되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