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그림책도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원한다
첫째에게 청독을 시키기 위해 영어그림책 하나 골라서 듣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 보고 읽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건 원어민의 음성으로 들어야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했더니 아이가 말하길 “엄마가 원어민보다 발음이 더 좋은데~” 하는 것이다. 요즘 감기로 목이 아파 가끔 음원을 들려주니 둘째는 책을 가져오면서 말한다. “꼭 엄마가 읽어주세요.” 하고;; 나는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교육을 받은 사람이라 아직도 발음이 제일 걱정인데... 정말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목소리가 최고이구나를 느끼게 해 준 말이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영어그림책을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미리 영어그림책을 읽어보아 아이에게 제대로 읽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숙한 환경에서 엄마의 편안한 목소리로 듣는 영어그림책은 거부감을 줄여줄 수 있다. 아이에게 영어는 낯선 언어이다. 어렸을 때는 영어그림책을 읽어주어도 거부가 없지만 모국어가 형성되는 4~5세가 되면 거부가 찾아온다. 내가 이해하기도 어려운 영어책을 왜 봐야 하는지 모르는 거다. 실제로 우리 첫째도 영어그림책을 꺼내면 가져오지 말라고 하고 읽으면 귀를 막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니 이제는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또, 엄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반응을 살피고, 모르는 단어는 그림을 짚어준다거나 천천히 읽어준다거나 하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아이가 책을 가져오는데 매번 음원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영어에 흥미를 유지시키려면 가져왔을 때 엄마가 바로 읽어줄 수 있어야 한다. 영어그림책이 매개가 되어 대화할 거리, 아이와의 추억이 생기는 건 덤이다.
아이에게 영어그림책을 읽어주는 건 엄마의 영어공부 효과도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준비 없이 꺼내서 읽어주었는데 어느 정도 글밥이 많아지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모르는 단어도 많고, 알았던 단어도 발음이 헷갈려서 읽어줄 때 버벅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럴 때는 아이들이 더 영어그림책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가뜩이나 이해가 잘 안 가는 영어그림책인데 엄마가 버벅대고 재미없게 읽어주면 아이는 더 흥미를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그 이후에 어려운 책은 미리 읽어보고, 발음, 뜻도 찾아서 익숙해지게 하며 3~4번씩 낭독해 보았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읽어줄 때 더 감정을 싣게 되고 부드럽게 읽어줄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제는 제법 낭독 실력이 향상되었음을 스스로 느낀다.
엄마가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따라 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는 보고 배운다. 엄마도 영어를 저렇게 하니 나도 해야겠구나 느끼게 된다. 실제 우리 아이는 영어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화상영어는 왜 해야 하는지 가끔씩 물어본다. 아이들이 궁금한 게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야기해 준다. 세계인의 공용언어라서 영어는 꼭 필요해, 영어를 하면 네가 할 수 있는 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다양해져. 지금 너는 뇌가 말랑말랑해서 쉽게 익힐 수 있어. 그런데 엄마는 커서 영어를 배워서 지금까지도 공부해서 힘들다고 말이다. 그러면 아이는 다 이해하지는 못 했겠지만 알았다고 한다. 만약 엄마는 안 하면서 아이에게만 영어 하라고 하면 아이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해 못 하고 어렵지만 엄마도 계속하고 있으니 나도 해야 하는 건가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을까 싶다.
혼자서 꾸준히 하는 건 어렵다. 이럴 때 함께하는 힘을 이용하면 좋다. 나는 그래서 몇 명이 모이지 않을지라도 “엄마영어스터디”를 열어서 매일 미리 영어그림책 읽기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그럼 함께하기에 꾸준한 습관을 마련할 수 있다. 덕분에 서로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는지 공유하는 효과도 있다.
모든 그림책에 cd나 음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유튜브에서 그림책 제목 옆에 read aloud를 치고 검색해 원어민이 읽어주는 영상을 참고한다. 그렇게 쉐도잉을 하고 혼자 낭독해서 2~3번 미리 읽은 후에 아이에게 읽어준다. 모든 그림책을 그렇게 하는 건 어렵다. 매일 한 권만 정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이에게 어떤 책에 영상이 있었는지 기억하게 되기도 하여 잠자리에는 원어민의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그림책 읽어주는 건 사실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 미리 낭독해 본다고 해도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위해 꾸준히 읽어주겠다는 결심과 인내심! 그리고 나도 이 정도면 잘하지 않나 하는 자신감만 있으면 충분하다. 매일의 조그만 노력으로 내 아이가 10년, 20년 후에 영어를 능숙하게 잘한다면 지금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