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동물들은 불쌍했다.
치앙마이 가기 전부터 이번에는 휴양지가 아니니 아이들에게 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체험을 해주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에 가도 큰 동물들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데 태국에 가니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해주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관광책에서는 동물학대라 생각하여 아예 나이트사파리나 코끼리 체험은 다루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블로그나 카페 글에서 보면 기대한 것보다 너무 좋았다고 꼭 가야 하는 코스로 넣으라고 했다. 마음속으로 나도 동물이 불쌍하다 여기면서도 내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해 주고 싶은 이기심도 있었다. 역시나 체험하기 전부터 기대하고 너무 신나 했던 아이들이었지만 어른인 나는 동물들이 불쌍한 양가감정이 들었다.
여행 둘째 날, 더운 데 사원을 돌아다니고 걸었던 아이는 오후에 나이트사파리 갈 거라니 그것만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아이와 여행할 때는 어른 위주로 계획을 짜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코스도 넣어주어야 한다. 여러 글에서 나이트사파리가 너무 좋았다고 하였기에 우리도 기대를 하고 갔다. 미리 한국에서 트립닷컴을 통해서 예약을 하고 오니 큐알만 보여주고 바로 입장하여 편했다. 입장하자마자 트램시간이랑 맞아 뛰어가서 트램을 탔다. 여기까지는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는 동물을 본다고 해봐야 서울대공원은 멀리서 바라보거나 에버랜드에서 사파리를 가도 버스 안에서 유리 너머로 동물을 잠깐 볼 수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기린이 가까이 와서 콧김까지 뿜는 것이 엄마인 나도 너무 신기했다. 모든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직접 먹이까지 줄 수 있어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좁은 한국의 동물원보다 자유롭게 넓은 땅에서 거니는 동물들의 조건이 더 나아보이기도 했다. 아이와 우리나라 동물원과 비교해서 동물들이 편해보인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의 마음이 안 좋았던 건 타이거쇼와 night predators 쇼였다. 우리는 입장할 때 체크해 주신 표를 따라 트램을 타고 타이거쇼를 보러 갔다. 가기 전까지는 기대했었는데 정작 쇼를 보고 난 우리는 호랑이가 안쓰러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아이도 똑같이 느낀 감정이었다. 먹이로 유인해 나무를 오르게 하고 물에 빠지게 하는 행위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보았는데 이렇게 훈련하는 과정을 보면 차마 못 본다고도 한다. 더불어 언제 호랑이가 위험하게 될지 모르니 훈련사도 안쓰러워 보였다. night predators 쇼에서도 작은 동물들이 줄 위를 지나가게 하는데 신기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모든 것은 먹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거 하나 먹기 위해 저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동물들이 안쓰럽고 인간들이 참 못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태국 하면 코끼리가 떠오른다. 곳곳에 코끼리가 많고 코끼리 투어도 많다. 예전에는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코끼리를 관리했으나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역시 태국에 가니 코끼리 체험을 해 보고 싶었다. 하루코스, 반나절 코스로 가까이서 하는 체험이 제일 많았는데 막상 부담스러워 우리는 엘리핀팜에서 간단히 체험하고 차도 마시고 왔다. 한국과 비슷한 음료수 값에 이렇게 코끼리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니 역시 신기하기만 했다. 둘째는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첫째는 신이 나서 먹이 한 바구니 다 주고도 또 주고 싶어 했다. 우리는 코끼리 타는 체험은 하지 않았지만 코끼리 타기 체험도 있는데 이것도 옆에서 보기는 안쓰러워 보였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사람을 위해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자기가 먹고 싶어서가 아닌 주는 것만 받아먹어야 하는 현실이 말이다.
가기 전에는 동물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못했다. 그저 아이에게 다양한 체험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관광책에서 동물 관련 일정은 소개하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작가는 아이가 없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아이가 있으며 여러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녀와서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해 주었다는 뿌듯한 마음 이면에 동물들이 안쓰러워 미안한 마음이 공존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유를 빼앗기는 동물들이 안쓰럽다. 하지만 동물에게 먹이를 주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 또 미소 지었던 나도 알 수 없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