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느린 아이의 루틴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하이클래스에서 내일 6단원 글자의 받침 쓰기 평가를 한다는 선생님의 공지사항이 떴다. 교과서는 다 배우면 나누어 주기에 며칠 전 받아 온 한글 받침 프린트가 생각이 났다. 거기서 아이는 꽤 많은 단어를 고친 흔적이 있었다. 아이가 한글을 완벽히 떼고 가지 못해서 늘 불안한 나는 아이가 시험 보기 전에 틀린 것 한 번이라도 체크하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침에 늘 하던 문제집 대신 엄마가 불러주는 거 한번씩 써 보자고 했다. 한 5개 정도는 웃으면서 잘 썼는데 잘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계속 틀리니 화가 난 모양이다.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며 “엄마가 공부만 시켜서 싫어.”라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나름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한글도 늦었다. 지금도 영어나 수학 등 다른 아이들이 학습적인 학원을 다님에도 보내지 않고 있다. 문제집은 또 어떤가, 완독을 했다며 무수히 올라오는 인스타 피드들, 학습지 하는 아이들에 비해 나는 참 시키는 게 별로 없다. 엄마의 마음은 그러나 아이는 그저 하기 싫은 걸 하라고 했다는 이유로 엄마는 공부만 시키는 사람이 되었다.
어쨌든 그날 학교를 마치고 물어보니 그 프린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서 나왔고, 쉬워서 아이 말로는 거의 맞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미리 시키지 말고 아이에게 맡기자고.. 엄마도 학부모가 처음이라 서툴고 늘 배우고 있다고... 걱정은 엄마만 하고 아이는 그 안에서 나름 잘 지내고 있는 듯했다.
그저께는 이런 일도 있었다. 주말에 여행 가고 아이가 감기에 걸려 우리의 매일 루틴을 3일이나 빼먹었다. 아이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아침에 못한 공부를 태권도 가기 전에 하자고 했다. 공부라고 해봐야 문제집 3권 각 2페이지로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알겠다고 하더니 막상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내 곁에 와서 묻는다.
“엄마, 최고의 반대말이 뭐야?” “음.. 최악일걸?” “엄마는 최악이야.” 이러는 것이다.
웃음이 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었다. 어제 넌지시 네가 그런 말을 해서 엄마 좀 슬펐다 하니 자기가 졸려서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단다.
아이가 학원에서 수동적으로 배우지 않고 스스로 공부습관을 잡기를 바란다. 학습지, 문제집을 많이 해서 제대로 공부 시작해야 할 때 미리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전에 매일 어느 정도 해야 하는 루틴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7세부터 아침에 그 10~20분은 유지하고 있다. 늘 순탄하지가 않다. 어느 날은 스스로 “엄마 우리 오늘 안 했잖아, 공부해야지.” 말을 꺼내기도 하고 자기가 문제집을 가져와서 하고 있을 때도 있다. 또 어느 날은 하기 싫다며 눈물을 흘리고 문제집에 낙서를 하고 찢고 싶다는 과격한 표현을 하기도 한다.
다들 이걸 못 견디어서 공부방이고 학원이고 보내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구나 싶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다. 미리 육아서를 읽었던 내용을 통해, 다른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통해 내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지, 잘 키워야지 했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자기 전에 문득 이런다. “엄마, 00랑 00은 학교에서 학습지 안 해.” “왜?” “걔네는 틀리는 게 없어서.”라는 말을 한다. “그럼 넌 부럽거나 속상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니 아무렇지도 않단다. 정말 그럴까? 아이가 느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다리다가 늦어진 면도 있고 아이가 아직 관심이 덜 했기 때문에... 하지만 겉으로는 괜찮다면서 마음속에 나는 못한다거나 느리다는 마음이 자리잡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놀이가 주였던 유치원을 몇 개월 전까지 다녔는데 1학기도 안 된 이 시점에 매번 단원평가를 보고 느리다고 아침에 문제집을 한다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다.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아이가 스스로 잘 이겨내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문득문득 엄마를 원망할지라도 아이가 공부할 습관을 잡아주는 루틴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초1은 아이도 적응하느라 힘들지만 엄마도 참 고민이 많고 불안한 시기임이 분명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