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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bi미경 Oct 07. 2024

이쁘나.. 그거 내돈으로 산건 아니지?


이쁘니의 고운 얼굴에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눈물에도 소리가 있다면 이쁘니의 눈물은 영롱한 참이슬이 아니.. 이슬방울이 또르르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일 것이다.


“언니 저 어제도 남편이랑 싸웠어요.. 자꾸 제가 하는 일도 없이 사치만 한다고 폭언을 하는데 너무 억울하고 힘들어요.. 아이 낳고 경력단절이 돼버린 게 안 그래도 콤플렉스인데 그건 제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잖아요.. 너무 속상해요.. 또르르 또르르”


저 떨어지는 눈물을 내가 모아 모아 목걸이를 꽤 차면 그게 바로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일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은 털어버리며 이쁘니의 아픔을 위로해 주려 노력했다. 이쁘니의 남편 놈은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저렇게 착하고 이쁜 아내에게 저런 막말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얼굴이 이쁘니 얼굴이었다면 내 남편은 그저 숨만 쉬고 있어도 감사하다며 업고다닐터인데 그놈은 배가 불러도 너무 불렀다.     

이쁘니는 한동안 얼굴이 너무 안 좋았다. 나를 만날 때도 입으로는 미소는 짓고 있으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뭔가 큰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그녀가 걱정이 되었고 이쁘니에게 아직도 남편과 사이가 안 좋냐고 묻게 되었다. 그녀는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또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언니.. 또르르 또르르”

“뭔데 그래. 뭐든 편하게 얘기해봐바. 뭐가 됐든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아 사실... 언니.. 언니한테 이런 부탁을 드려도 될지...”

“응응 뭔데 그래. 편하게 얘기해봐바”

“저.. 언니 혹시 여유되시면 30만 원 정도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남편이 생활비를 너무 적게 줘서 이번달 카드 결제금액이 조금 부족하게 됐어요.. 남편한테 더 달라고 하기도 너무 치사해서 제가 이래저래 고민만 하다가 언니에게까지... 또르르 또르르” 

“아 그랬구나~ 괜찮아 괜찮아. 네 사정 내가 다 알고 있잖아. 그 정도 금액이면 진작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내가 지금 바로 계좌로 보내줄게!”

“언니.. 죄송한데 혹시 현금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계좌로 받으면 남편이 알게 될까 봐 흑.”

“아 그렇구나. 알았어~ 내가 내일 현금으로 줄게.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고 맘 편히 가져!”     


나는 이쁘니가 더 안되게 느껴졌다. 30만 원 때문에 남편눈치를 보면서 걱정했을 그녀를 생각하자 그녀를 향한 동정심은 더 커져만 갔다. 이쁘니는 약속한 대로 일주일 후 그 돈을 바로 갚아주었고 나에게 이 일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이쁘니가 다시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언니.. 또르르 또르르”

“왜 무슨 일 있어? 왜 또 울고 그래”

“이번주가 놀이학교 원비 내는 날이잖아요.. 그런데 어제 남편이 화를 내더니 글쎄 이번달 원비조차 줄 수 없다면서 나가버리는 거예요.. 정말 돈으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때면 너무 속상하고 서러워서 살고 싶지가 않아 져요.. ”

“어머 웬일이야. 어쩜 아빠라는 사람이 아이 원비를 가지고 협박을 할 수가 있어? 세상에 너무 속상하겠다. 부들부들” 

“이번주에 원비를 안 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언니 너무 죄송한데 혹시 이번달 원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또르르 또르르”


난 순간적으로 고민이 되었다. 원비는 150만 원이었고 그건 작은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 원비를 못 내게 되면 이쁘니가 얼마나 난처할지 알기에 아이를 봐서라도 도무지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저번에 빌린 돈도 얼마 안 가 바로 갚아주었기에 이번에도 난 현금을 찾아 이쁘니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이쁘니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고 이 역시 얼마 안 가 남편이 화가 풀릴 테니 그때 바로 갚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쁘니는 거의 매일을 요가를 다니고 있어서 날 만날 때면 대부분의 옷차림이 운동복이었다. 그런 이쁘니가 무슨 사치를 부린다고 남편이 매번 화를 내는 건지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운동복으로 사치를 할 수도 없을 테고 그렇다고 가방을 특별히 명품으로 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이쁘니가 그나마 관심이 있는 건 액세서리 정도였다. 목걸이나 귀걸이 팔찌는 꼭 하고 다니는 편이었지만 내가 액세서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그게 어떤 브랜드인지 나로선 잘 알지 못했다. 원비를 빌려주고 얼마 후 이쁘니와 커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골수녀가 지나가다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다. 


“언니들! 여기 계셨네요 호호호. 왜 자꾸 둘이서만 만나요~ 저 이따 J언니 만나기로 했는데 그전까지 같이 해도 되죠?”

“응응 오늘은 J언니 등쳐먹.. 아니 만나기로 했구나! 어서 와서 앉았다가 가~”

“네네! 언니들 제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아니 잠깐만. 이쁘니 언니! 팔찌 너무 이쁘다! 저 이거 갖고 싶어서 침 흘리며 쳐다만 보던 건데 저 이거 한번 해봐도 돼요?”

“아.. 그.. 그래요.. 자 여기요.”

이쁘니는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채 골수녀에게 팔찌를 빼서 줬고 골수녀는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깔락띠에 신상이잖아요! 어우~ 역시 이쁘니언니 센스 장난 아니네요~ 저 이거 갖고 싶어서 남편한테 올해 생일엔 꼬옥 사달라고 했더니 남편이 무슨 애들 한 달 치 원비를 팔찌에 쏟아붓냐고 잔소리가 대박인 거예요. 제가 진짜 치사해서 나중에 어떻게 해서든 블라블라 쏼라쏼라~”

잠깐만. ‘애들 한 달 치 원비’라고? 나 왜 순간적으로 저 단어가 귀에 꽂히는 거지?

“골수녀야. 이게 얼마길래 그래?”

“어휴 언니! 150만 원이잖아요! 언니는 참 이런데 관심이 없으셩~ 이게 이번에 나온 신상인데 블라블라 쏼라쏼라~”

“150만.. 원..?”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150이라는 숫자에서 멈춰버린 내 머릿속은 그 후로 아무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도 150이라는 숫자는 나를 계속 흔들어댔고 자꾸 혹시나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럴 리가 없었다. 이쁘니는 분명 애들 원비 때문에 나한테 돈을 빌린 것이다. 우연히 빌린 돈과 팔찌의 가격이 같은 것일 뿐인데, 그런 것일 뿐인데 내 머릿속에선 자꾸 비상벨이 울리고 있었다.


‘삐용삐용~ 이 멍충아, 세상에 이런 우연이 어딨겠니 삐용삐용~ 너는 눈뜨고 뒤통수 맞은 거야 삐용삐용~’

머리를 털어내고 싶었다. 이쁘니에게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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