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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Oct 26. 2024

아들의 시험기간에 나는

나 내일 학교 빨리 가야 돼

왜 

중간고사 

지각이 허용되지 않는 시험 기간



오전 11시의 현관문 소리 

나는 흠칫 놀라고 

아들 (벌써) 왔어? 

지금 밥 먹을래? 

부지런히 밥을 차리고 



어느덧 내일이 마지막 날 

하루는 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는 척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어떤 걸 더 섭섭해할까  



밥 먹는 아이 옆에 자연스럽게 해맑게

시험 잘 보고 있지? 

다 찍었는데? 

피곤과 공허함이 담긴 표정 

중학교 때 좋아했던 선생님 과목 

사회 시험 보는 날의 유일한 생기 

그나마 시험 시간이 견뎌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모든 날 



이른 점심을 먹은 네가 자러 들어가면 

꽉 다문 입처럼 네 방문이 아른거려서 

나는 또 에코백 책 이어폰

때 이른 패딩을 목까지 잠그고 

홈런볼 빅사이즈도 하나 사고 



인적이 드문 탄천 숲길

벤치 앞에 떨어진 붉은 낙엽 

내 아지트에 앉아 

소설을 읽으며 조금 훌쩍이다가 

어떤 문장 하나를 가슴에 품고 



어느덧 작은 아이 하교 시간 

끙하고 일어나 

돌아오는 길 

나무마다 던지는 시선 

정성스럽게 더 정성스럽게

그러고 싶어서 그래야 해서 



오늘 저녁은 또 뭘 해 먹일까 

허공에 대고 그제사 나오는 말 

수고했다 아들 애쓴다 



오늘도 변함없는 일상 

아들의 시험 기간에 



시도 아니고 뭣도 아닌 싱거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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