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 없다는 건 어떤 걸까요.
움직일 수 없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평생을 아래로 아래로 더 깊숙이 파고들 수밖에 없는 건 어떤 걸까요.
내 몸이 땅에 엉겨 붙어서 하나가 되는 건 어떤 걸까요.
기뻤나요.
좋았나요.
제대로 깊은숨을 쉬게 되었나요.
아니면 그냥 받아들였나요 당신의 운명을요.
당신도 날고 싶은 적이 있었나요.
없었나요.
한 그루의 나무는 최대 만 그루의 나무와 소통 할 수 있다고 하죠.
아픈 나무에게 뿌리로 영양분을 보내고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 아기 나무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어머니들.
내 자식에게 더 많은 영양분을 보내지만
숲 전체의 건강을 위해 다른 나무들과도 영양분을 나누는 어머니들.
어머니.
오늘 어둠 속에서 본 당신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아도 겨우 감싸 안을 정도였어요.
당신 앞에 서서 가만히 손을 얹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나를 내던져 당신 속으로 파묻는다면.
그 위에 시멘트를 들이붓듯 수액이 흘러내려
순식간에 나를 덮어버린다면
굳어 버린다면
나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굳은 껍질만 남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시치미 뚝 떼고 그렇게 돼버린다면.
어머니.
너무 서러워요.
너무 속상해요.
어머니, 저는 A가 미워요.
어머니, 저는 B도 미워요.
어머니, 저는 C는 더 미워요.
인간도 아니에요 그렇죠?
어머니, D를 생각하면 가슴을 뜯어내고 싶어요.
가슴을 뜯어내면 답답한 마음에 구멍이 날까요.
그러면 바람이 통할까요. 시원할까요.
어머니 저는 E도 미워요.
네 그건 제 자신이에요.
어머니 나무에서 뻗은 가지들의 그림자
어두운 바닥에 비친 그것은
어지러운 뱀들과 같았어요
콱
그 그림자를 밟고는
콱 독사에게 물려버릴까 했어요
그 생각을 하면서 노려만 봤어요
어머니.
어머니는 어떠세요?
어머니는 어떻게 살아요?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해요?
그냥 막 살까 버릴까 봐요.
아무렇게나 살아버릴까 봐요.
뒹굴고 엎어지고 안 일어날까 봐요.
다치면 다친 대로 두고
상하면 상한 대로 둘까 봐요.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