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밤이와 함께 살면서 나는 아침 알람을 꺼 두었다. 처음 며칠은 예전과 동일하게 아침에 가까운 새벽 시간의 독서 루틴을 유지해보고자 했다. 어려웠다.
만성운동부족으로 집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의 체력만 유지했던 내가 사람 나이 24세, 청년 진돗개의 아침저녁 뛰다시피 걷는 빠른 산책을 전담하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쑤셨다.
사우나에 가서 몸을 지지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여 일주일을 보낸 후 돌연 몸쑤심이 없어졌다. 하루 두 번, 총 1시간의 빠른 걷기 산책에 내 몸도 적응된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나는 아침 알람을 맞춰놓지 않았다. 모름지기 새벽독서는 나 홀로 골방에 들어가 책과 마주하는 고요한 시간이어야 하는데 침실문을 살포시 열고 나오면 마치 "1시간째 기다리고 있었어요" 라는 듯한 표정으로 문 앞에 앉아 있는 군밤이와 마주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실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해 보았으나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공간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예전만큼 독서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알람을 끄고 쿨쿨 자다가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려고 일어나는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일어난다. 나는 대부분의 날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의 언제든지 짬을 내서 독서를 이어가고 있고, 총 독서 시간이 줄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나의 새벽 독서는 잠시 중지 상태이다.
그렇게 이른 아침의 루틴을 아무렇지 않게 중지시켜 버리는 나의 게으름, 빠른 포기, 합리화에 스스로 머쓱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런 스스로가 조금 마음에 들었다. 안달하지 않아. 빡빡하게 굴지 않아. 괜찮아 ㅡ.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문득 반려견과 함께 사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독서에 집중하는지 궁금해진다. 문을 닫고 혼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을까? 아니면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이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서 같은 공간에서도 독서에 집중할 수 있을까?
사실 진돗개는 워낙 조용하고 보호자의 성향에 자신의 성향을 맞추는 개라 내가 책을 읽는다고 와서 두리번거리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대부분 그저 근처에 와서 조용히 잘 뿐이다. 그러니까 군밤이 때문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나의 집중력이 문제일 확률이 다분하다. 아니, 그렇다. 군밤이를 핑계 댈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자꾸 손이 가는 스스로를 탓해야 할 것이다. 불현듯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날도 습관적으로 다리를 달달 떨고 있는 나에게 할머니는 "도끼 가져와!"라고 버럭 하셨다. 뒷말은 생략하셨다. 이후 나는 다리를 떨다가도 할머니의 외마디 말이 떠올라 피식 웃으면서도 다리 떠는 것을 멈추곤 했다. 스마트폰에 자꾸 손이 가려고 할 때마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그때 그 도끼를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