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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Feb 23. 2024

오늘 날씨를 글로 표현한다면요?  

대롱대롱 매달린 겨울

반려견 군밤군과 함께 지낸 지 27일 차.

아침마다 함께 산책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은 매일 달라지는 날씨와 계절의 변화이다. 인적이 드문 우리 아파트 옆 하늘 공원에는 그때그때 나무와 풀에 맺혀 있는 것이 다르고, 발바닥에 느껴지는 땅의 촉감이 다르다. 자연의 변화에 무심한 도시인인 나는 이 참에 짐짓, 감각이 좀 예민해진 척을 해본다.   



어제는 빌딩만 한 눈덩이에 폭격을 맞은 듯 공원 전체가 눈밭이 되어 뒤덮였다. 공원 관리 아저씨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구 제외 눈쓸기를 포기하였고, 눈 구경 하러 나온 동네 사람들은 수긍한다는 듯한 표정을 그들에게 건넸다.   

 



밤에 다시 나온 공원의 눈은 그새 좀 녹고 일부는 서걱서걱해진 상태로 마시멜로 모양을 띄고 있었다. 군밤이는 눈에 파묻힌 존재의 냄새로만 찾기 미션이 흥미로운 듯 연신 코를 눈에 파묻었다. 저러고 있으면 코가 안 시린가...?    



그리고 오늘 아침. 그렇게 눈은, 마지막 겨울은, 나뭇잎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아니, 무심하게 턱턱 뜯은 수제비 반죽 같은 모양으로 나뭇잎에 척척 얹혀 있다고 해야 하나...?(배고ㅍ...) 일박 이일째 제 위의 차갑고 무거운 눈을 견디고 의연하게 참고 있는 나무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사진은 없지만) 집으로 오는 길, 아파트 담장 밑에는 봄햇살을 먼저 받은 여린 새싹들이 옹기종기 솟아있다. 마치 아기의 머리카락처럼 귀염상이라 가만히 쓰다듬고 싶어 진다.     





소설가의 가장 큰 욕구는 가급적 무의식적 상태가 되려는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직업상 기밀을 누설하는 행위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소설가는 지속적으로 무기력한 상태를 내면에 일으켜야 합니다. 그는 인생이 지극히 조용하고 규칙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는 동안, 날마다 달마다 똑같은 얼굴을 보고 똑같은 책들을 보고 똑같은 일을 하기 바랍니다. 그 무엇도 자신을 둘러싼 환상을 하나도 깨뜨리지 않도록, 그 무엇도 상상력이라는 수줍음 많고 환영 같은 정신이 신비스럽게 호기심을 품고 주위를 돌아보거나 감지하고 갑자기 솟구치거나 돌진하며 발견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지요.


_<런던 거리 헤매기: 버지니아 울프 산문집>




이제 현실로 복귀할 시간. 365일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챙길 수는 없지만 가끔은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들여다봐야겠다 싶다. 날씨는 시시각각 그 모습이 다르고 글 쓰는 이에게 언제나 좋은 소재가 되어 준다. 그렇게 내어지는 텍스트를 보면 그날의 내 마음도 엿볼 수 있어서도 좋다. 그래서 오늘 내 마음은?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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