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나를 찾지 마
“엄마 내일 가?”
“응.”
“미쳤다.”
“그러게.”
“할머니 오시면 안 돼?”
“안돼.”
“할머니 할 거 없잖아?”
“할머니 바쁘셔.”
“할머니 안 바쁜데?”
“할머니 바쁘시다고오!!!”
“아니면 외할머니 오시라고 하면 안 돼?”
“야 외할머니가 엄마보다 더 바빠. 왜 여자의 고통을 또 다른 여자의 고통으로 대신하려고 하는데? 너네가 이 집주인들이니까 각자 잘 지내봐.”
“아니면 할아버지 오시라고 하면 안 돼?”
“야 할아버지가 할 줄 아는 게… 안돼!!!”
오늘도 학교를 째고,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는 미용학원 시간을 가뿐히 지나치고, 천연덕스럽게 오늘의 첫 끼를 맛있게 먹고 있는 아들을 흘겼다. 아 원수.
“그런데 지금처럼 나 학교 못 가고 그러면 어떡하지?”
“잘 다녀. 그리고 결석 시 부모가 학교에 알려야 하니까 아빠한테 얘기하고.”
주여.
라면도 끓이지 못해 초등학생 동생이 라면을 끓이면 ‘한 개 더’를 외치며 얻어먹는 고등학생. 우리 집 정수기에서 온수가 나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는 고등학생. 잘 지내거라 아들. 야, 너도 라면 끓일 수 있어.
내일부터 18일간의 나 홀로 아이슬란드.
과연 아들이 보고 싶을까?
나도 내가 궁금하다.
만일 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좀 놀랄 것 같다.
그런데 놀랄 일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아들에 관한 연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 댓글을 캡처해 놓고 여러 번 어루만진답니다. 열심히 썼어야 했어야 했는데 기본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탓에 연재날을 놓치기도 했네요. 기회가 된다면 여행 후 6월부터 다시 이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