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크리스마스 무드등을 만들고 싶었을 뿐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른에게도 감동을 선사합니다

by 천둥벌거숭숭이

벌써 연말이 다 되었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다면, 지금을 즐겨야지.

종교는 없지만 크리스마스를 즐겨보고 가는 해에게 아쉬움 없이 인사해야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최선을 다해 보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를 보며 짧은 도파민에 취해 있다가 발견한 문구.

크리스마스 무드등 만들기. 왠지 하고 싶어 졌다.

무드등이 3개는 있지만, 하나 더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선착순 모집이라는 문구에 쫄지 않는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해보는 것이 인지상정.

며칠 후 무드등 만들러 오라는 전화에 방긋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어제의 내가 참 좋아서다.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개관식 미션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개관식 기념품

강서구는 나의 활동영역이 아니다. 그래도 같은 부산 하늘 아래 못 갈 곳은 없다.

지각이 싫은 자는 일찍 집을 나섰고,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하는 부지런을 떨었다.

1시간 동안 무얼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재미있는 이벤트가 입구에서 펼쳐진다.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의 개관식 당일.

우리나라에서 오래도록 유지되어 온 관습법이 여기서도 이어지고 있다.

개업인사 수건과 떡, 그리고 센터를 야무지게 돌아볼 수 있도록 미션이 주어진다. 내부 곳곳의 포인트를 찾아 스탬프를 찍는 것이다. 선물은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작은 가방과 키링이 선택지로 주어졌다.

5분 만에 미션을 완료한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가방을 선택. 가볍게 휘뚜루마뚜루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득템 했다. 서부산. 여기까지 오길 참 잘했어.

영상관련 직업체험이 가능한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이벤트 [소중한 날의 꿈]

관계자만 볼 수 있는 방송 관련 장비들과 스튜디오를 볼 수 있는 곳이라니.

녹색의 벽지와 방음벽, 그리고 커다란 카메라와 프롬프터. 영상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방송 관련 직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현실과 꿈이 가까워지는 메리트가 있는 장소다.

아나운서, 리포터, pd, fd, 작가,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등. 생각해 보니 정말 많은 직업군들이 손으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가득이다.

개관식이고 사람들이 많아서 오래 구경할 수 없었지만, 평일에 조용히 즐겨도 참 좋겠다.

상영관에서는 최신 영화와 독립영화가 골고루 준비되어 있었고, 개관기념으로 약 1달간은 무료상영, 그 후에는 관람료 8천 원으로 영화의 전당과 금액이 동일하다. 찾아보니 상영관을 영화의 전당에서 위탁운영한다(혼자 소름).

개관 기념으로 2층 영화 상영관 앞에 있는 [소중한 날의 꿈] 벽화의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올리면 귀여운 배찌를 받을 수 있으니, 늦지 않게 도전해 보시길. 선물은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니까요.

크리스마스 무드등만들기는 직접 그려서 진행되었다
이것이 크리스마스 무드등?!

예정된 시간은 3시. 일찍 도착해서 빨리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온전히 나만의 생각.

괜히 일찍 온 건가. 기다리는 것은 딱 질색인데.

앞시간은 유치부 아이들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차라리 다행이다. 아이들의 시간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어른이어서.

개관식답게 부산의 정재계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아이들과의 사진타임이 이어졌다. 방송사 카메라가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찍고, 아이들은 그저 사랑스러웠다.

그림 그리는데 방해하는 어른이 조금은 귀찮을 뿐. 그 모습조차도 귀엽게 보이는 것은 그들의 투명한 마음이 나에게도 비쳤기 때문이다.

잠깐의 해프닝으로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만들기 시간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크리스마스 무드등 만들기이지만, 프린트된 종이에 색칠하는 것이 이번시간의 미션이다.

어떻게 무드등이 만들어진다는 거지?

강사님께서 완성된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셨을 때는 꽤나 그럴듯해 보였다.

시작도 전에 실망하지 말자. 최선을 다해 색칠해 보자.

아크릴 펜으로 그렸을 때 색이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는 조언을 새기고 끝까지 아크릴 펜을 이용한다.

나의 크리스마스트리는 특별한 오너먼트로 장식하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난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솜사탕이라면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기다릴 텐데.

옅게 남아있던 마음속 동심을 끌어올려 모든 색에 담아낸다. 같은 그림일지라도 나의 색을 칠하면 그럴싸한 또 다른 내가 완성된다.

누구나 쉽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무드등

색칠을 끝낸 후에 주어지는 장비는 단 하나, 바로 가위.

정말로 이게 끝인 건가요. 저는 더 할 수 있는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 잘라내는 것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종이라면 순식간에 해치우죠.

양면테이프까지 야무지게 붙여주면 완성. 인공 초가 내가 그린 크리스마스 그림에 빛을 더해준다.

밤에 보아야 아름답겠군요. 흐린 눈으로 볼 때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무드등 완성.

집에서 혼자 해도,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없이 즐거운 무드등이다.

소소하게 보내려던 내 크리스마스 계획을 완벽하게 맞춘 작품에 다만 감탄할 뿐.

크리스마스 무드등 만들기가 성황리에 종료되었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2번의 환승을 거쳐 2시간 반이 걸린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의 개관식 덕분에 많은 혜택을 누렸다.

개업선물의 대명사인 떡과 수건, 금괴모양의 초콜릿,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과 소소하게 귀여운 크리스마스 무드등을 득템 했다.

하나만 가져오면 아쉬울뻔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포근하게 와닿는다.

영상을 만들고 제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많이 봐야 산업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쉽게 볼 수 있는 OTT에 익숙해져 있다. 이번 개관식을 계기로 집이 아닌 공간에서 집중해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 집중해서 본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편한 공간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온전히 영화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일시정지를 쉽게 누르고 화장실 가기, 간식 먹기, 영화 보면서 휴대폰 보기 등등.

평범했던 일상을 돌아보면서 또 깨닫게 된다. 낯선 일에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보는 일.

새로운 도전은 나의 세상을 확장시키는 디딤돌이 된다.

나는 단지 크리스마스 무드등을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올해 혼자 울지 않았던 나에게 주어진 세상의 선물이 따스하다.

keyword
이전 09화새로운 도서관은 나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