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알고 있는 당신의 쓸데없는 고퀄리티 재능은

쓸데없는 재능의 쓸데를 만드는 것이 능력이다

by 천둥벌거숭숭이

당신만 알고 있는 당신의 쓸데없는 고퀄리티 재능은 무엇인가요?


지독한 재능충으로 살았다. 혹은 살고 있다.

학생 때는 공부 빼고 모든 것이 재밌다고들 하는데, 그 대표주자가 바로 나였다.

수업시간에 하는 딴생각. 이때 생각한 것들을 다 글로 썼다면 벌써 100권의 책을 쓰지 않았을까.


방과 후 수업시간에 들었던 합창부에서 유독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반장이 되었을 때. 그때까지 나는 노래를 꽤 부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듣는 귀가 민감해 음정을 잘 잡아낸다는 사실을 합창부 선생에 의해 알게 되었다.

출석률이 저조했던 합창부에서는 인원변동이 언제나 예측불가였다.

반장이라는 이유로, 음을 잘 잡는다는 이유로 어제는 알토, 오늘은 메조소프라노, 다음날은 소프라노로 맡는 역할이 늘 바뀌었다.

나에게 역할변화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면을 쓰고 어제와는 다른 '나'가 나의 이상향이었다.


그러나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단 한 가지.

기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냄새에 있다.

그렇다. 나만 알고 있는 쓸데없는 고퀄리티 재능에는 누구보다 민감한 후각에 있다.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후각에 예민하다고 느낀 것은 평범한 하루에 있었던 일이다.

식사시간이 가까워지고 주방에서 엄마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코끝을 스치는 탄내는 둔한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엄마, 탄내." 내뱉은 말은 짧았지만 그 말의 파장은 꽤 크다.

양념이 졸아들어 딱 타기 직전의 냄비를 구해낸 엄마는 연신 감탄사를 자아낸다.

어린 시절 앓은 축농증으로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엄마는 오로지 내가 하는 말에 의지해 요리를 하는 편이다.

식초와 간장이 끓는 냄새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후각에 예민한 사람은 작은 향에도 쉬이 압사당하곤 한다.

장아찌라도 담는 날이면 집안의 온 창을 다 열고 추위에 몸을 맡겨야 되었다. 나의 유별난 후각은 엄마의 위험감지 신호였고, 때론 나를 지켜내는 보호장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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