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는 free하지 않다

퇴사자 생활 지침서

by 변준수

직장인들은 저마다 작은 소망을 지닌 채 회사에 나온다. 그리고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일한다.


"저 이번 주 로또 당첨되면 다음 주에 안 나옵니다"

"돈 많은 백수가 최고죠"

"사람들이 나를 잘 모르는데 돈은 많았으면 좋겠어요"

"직장 상사 없이 프리랜서로 돈 많이 벌고 싶네요"

"유튜브 대박 나면 퇴사합니다"


전 직장 동료들이 했던 말이다. 물론 나 역시 '로또나 됐으면'하는 마음으로 살던 때가 있었다. 모두가 바라는 '돈 많은 백수'. 하지만 그 꿈은 '평범한 회사원'만큼이나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퇴사'와 '사업', 혹은 '프리랜서'라는 다른 꿈을 꾼다. 이 글을 보는 사람 대부분이 퇴사를 꿈꾸거나 퇴사를 했을 것이다. 첫 번째 꿈을 이룬 셈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다음 꿈은 어떻게 될까?






나만 좋다고 프리선언을 할 수 있을까?



최근 재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하면서 재취업을 위한 정보를 찾고 있다. 여러 정보를 알아보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프리랜서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Cap 2019-08-10 11-16-34-228.jpg 우리가 꿈꾸는 프리랜서의 모습이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 / 이하 구글 이미지



프리랜서(freelance/freelancer)는 회사나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일하는 자를 말한다. 대부분 자유계약에 의해 일을 진행하고 수당을 받는다. 글 쓰는 일을 하는 경우 자유 기고자가 이에 해당한다. 얼핏 보면 나를 써주는 곳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직장이다. 그런 줄 알았다.


책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글도 함께 썼다. 잡지, 신문, 웹진 등 기고할 수 있는 곳에 글을 내고 공모전이 있다면 출품도 했다. 글 작업이 수반되는 기획, 강연, 프로젝트와 같은 일도 할 수 있다면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명확한 금액의 고료보다 재능기부 식으로 했던 일이 많았고 돈을 받고 한 작업도 그 정도가 턱없이 낮았다. 그들에게 나는 아직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초보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다.



가치 측정


뭐가 문제인 걸까? 프리랜서의 정의부터 잘못 내린 게 아닐까 싶었다. 원래 프리랜서는 유럽에 있던 용병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르네상스에 들어선 유럽에서는 기사 계급이 물러가고 용병 계급이 전쟁의 전면에 등장한다. 신성로마제국의 란츠 크네히트, 스위스 용병이 당대 대표적인 용병 집단이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 용병들은 삼류 취급을 받았다. 스위스 용병과 란츠 크네히트를 쓰지 못할 경우 고용하는 이들이 이탈리아의 랜스였다. 일이 없어서 쉽게 고용할 수 있던 이들을 사람들은 프리랜스, 프리랜서라고 불렀다.


Cap 2019-08-10 11-17-18-311.jpg


결국 프리랜서는 자신의 가치를 결과로 보여줘야만 고용될 수 있는 용병인 셈이다. 나보다 더 나은 용병이 있다면 내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고용될 수 없다. 자유경쟁시장에 적합한 예시인 동시에 가장 잔인한 숙명을 지녔다.


평소 잘 알고 있는 프리랜서 두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 분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와 방송, 행사 같은 활동을 하는 분이고 다른 한 명은 강연, 글 작업을 병행하는 유튜버다. 두 사람 모두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었고 일도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내심 어떻게 하면 프리랜서로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은 비결이 따로 있는지 대답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이들의 첫마디는 전혀 예상외였다.


"굳이 프리랜서를 하신다고요? 회사 다니면서 하고 싶은걸 하는 건 어때요?"


Cap 2019-08-10 11-18-15-934.jpg 실제 프리랜서의 삶은 상당히 팍팍하고 고달플 확률이 높다. 그래도 자유롭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들은 프리랜서만큼 고달픈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고 내 모든 활동을 다른 사람에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그에 맞는 능력을 지녔다고 판단하면 나를 찾지만 그렇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나보다 더 나은 경쟁자가 나타나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체재가 젊고 유능하며 이미지까지 좋으면 나라는 상품은 그 자리에서 퇴물이 돼버린다.


"밖에서 볼 때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이 멋있게 보일지 몰라도 참 고달파요. 정해진 게 없거든요. 그리고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아요. 프리 해서 프리랜서가 아니라 누구나 프리 하게 부를 수 있어서 프리랜서죠"



불안하지만 해보고 싶어



여러 가지 단점도 있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능력만 있다면 인정받을 수 있는 게 프리랜서니까. 하지만 그 능력을 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가면을 쓰고 벗는다. 여기서는 이 가면을, 저기서는 다른 가면을 쓰고 마치 다른 사람인양 살아가는 이도 많다. 프리랜서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다. 한 집단에 얽매여 있지 않다. 달리 말하면 어디든지 소속될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다.


movie_image (62).jpg 가면을 쓰는 순간 브루스 웨인은 재벌이라는 페르소나를 던져버리고 다크 히어로로 거듭난다 /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틸컷


직장에 대해 생각하다가 투잡이 생각났다. 그러면 투잡은 어떨까? 사실 투잡도 말이 투잡이지, 안정적인 직장 하나와 부가적으로 하는 일이 더해진 경우가 많다. 직장을 떠나기 싫지만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 다른 페르소나를 갖고 싶을 때 투잡을 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 선배는 어릴 적부터 극작가로 데뷔하는 게 꿈이었다. 드라마 법률자문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지만 약했다. 더군다나 회사에서는 변호사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는 필명으로 글을 쓰면서 작가로 일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변호사의 페르소나와 작가의 페르소나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매력적이다. 자신을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수많은 작업을 하는 자신의 모습 모두가 프리랜서의 정체성이다. 하지만 힘들다. 나의 방식대로 일하면서 타인을 설득시키는 건 그 말 자체로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 이율배반적인 일을 해내는 사람이 간간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프리랜서들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확실치는 않다. 그래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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