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싸지른 텔레비젼...
넌 행복이었어^^
"야~~ 정리 좀 해라 정리 좀~~ 발 디딜 틈이 없네~"
우리 집에 들어올 때마다 큰언니는 한결같이 이 말로 시작한다.
방어에 능한 나는 "아~ 왜 그래~ 바닥을 봐~ 먼지 하나 있나~~~ 내가 정리를 못해서 그렇지~ 바닥이 얼마나 깨끗한 지 아냐???"는 말로 나를 지켜낸다.
우리 집은 늘 정돈이 되지 않는다.
그런 우리 집이 기가 막히게 깨끗해진 순간이 있었다.
집을 내놓기 위해 무려 2주일간 청소로 한마음이 되었던 것이다.
쉽게 병이 나는 체질을 고려해 하루는 화장실, 하루는 베란다, 하루는 가구 재배치... 아무튼 미친 듯이 버리고 치워댔다.
늦은 밤 목욕하러 화장실에 갔다가도 몸은 안 닦고, 솔로 벽을 얼마나 문질러댔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집을 치우고 우리는 여러 부동산에 연락을 돌렸다.
가끔 내 전화에 모르는 번호가 뜨면 혹시나 부동산인가 싶어 긴장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고, 집을 보러 오겠다는 말을 듣는 즉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보!!!! 다민아!!!!! 청소해! 집 보러 온대~~~ 여보는 현관 담당~ 빨리 쓰레기 버리고~~~ 다민아!!!! 너는 책상 정리! 집은 느낌이야~! 빨리 지금부터 시작!"
혼비백산이 되어 뛰어다니면서 청소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집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물을 끓여 커피 향으로 집안을 메우고, 드라큘라처럼 햇빛을 싫어하는 내가 우리 집의 장점인 뷰를 부각하고자 모든 블라인드를 올렸다.
집이 조금이라도 지저분해지려고 하면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 청소를 해대는 통에 더러워질 틈이 없었고, 나는 서서히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나와 다르게 좋아하는 인간이 있었으니... 남편이었다.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너네 이렇게 정리할 줄 아는 애들이었어? 맨날 집을 내놔야겠네."라는 말로 나와 딸아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흐뭇한 아빠 미소를 연출했다.
아오....! 확 그냥!
어쨌든 큰 책상에 널브러진 짐들이 정리가 되니 남편은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책상도 깔끔한데, 큰 TV 하나 올려놓을까? 오빠가 한 번 제대로 쏠게~~ TV는 거거익선 인거 알지? 크면 클수록 좋은 거야! 우리도 TV 놓고 가족끼리 영화도 보고 그러자!"
남편은 내가 지쳐서 "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하루에도 열두 번 카톡을 보낸다.
지독한 놈...
리즌어블 하긴... 안 사는 게 리즌어블 하다.
"딸내미가 고등학생이다. 공부하려고 놔둔 책상에 TV를 올려놔야겠냐?? 면학 분위기 조성한다며!!"라는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은 소도 때려잡는다는 할부를 이용해 TV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TV 구매를 동의하긴 했지만 막상 책상에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을 보니 화가 치밀었던 나는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래! 이 새끼야!!! 티비땜에... 짜증난다고...
그러나 나는 지금... TV가 너무 좋다.
"요 녀석~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세탁기 급으로 효녀 아이템이네~~~"
이 녀석은 내가 집에만 있으면 지루할까 봐 다양한 홈쇼핑을 보여주며, 돈을 쓰도록 격려해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보며 유산소 운동을 하고, 틈틈이 영화도 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호응 좀 해줄걸'
가장 좋은 건 금요일 저녁이면 치킨 한 마리 시켜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그때마다 나는 방긋 웃으며 쫑알거린다.
"여보~ 이게 행복이지? 행복이 별거야?!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며, 함께 영화 보는 게 얼마나 좋아? 너무 맛있어~ 나 너무 좋아! 행복하면 빵 칼로리???"
남편과 딸아이는 볼가득 치킨을 채운 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이 정말 행복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어렵게 물어대면 주춤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나는 내 마음에 '행복'이라는 이름표를 정확하게 붙여줄 수 있었다. 아마도 나는 자주 그 이름표를 붙여줬던 것인지... 남편은 생일날 나에게 이런 글을 적어주었다.
여보! 사랑하는 가족이랑 탕수육 먹는 게 행복이라고 그랬잖아... 생각해보니 꼭 돈이 많고 그래야 행복한 거 아닌 거 같아. 이렇게 우리 가족 셋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거 자체가 행복인 거 같아. 우리 지금처럼 이렇게 행복하게 살자"
아놔... '나란 인간은 먹을 때마다 '행복'을 남발했구나... 탕수육이며 치킨이며...'
누군가 '이한나 씨! 그렇게 먹는 게 좋습니까? 먹을 때마다 그렇게 행복합니까?'라고 물으신다면....
"네 맞습니다. 저 먹는 거 무쟈게 좋아합니다. 혼자서 뷔페도 자주 가고, 고깃집에 들어가 소갈비도 구워 먹습니다. 근데요!!! 맛있는 거 먹을 때마다 행복 타령하는 거 아니에요!! 혼자서 바삭한 탕수육을 한 입 먹었다면 '으흐흐 맛있다~ 느무 맛있다~' 요말만 했을 겁니다! 무슨 내가 행복 남발녀인 줄 아나???"
내 행복은 이런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기다린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재빨리 내 입에 넣으라는 뇌의 유혹을 뿌리치고 너의 입에 넣어준다.
-너가 맛있는지 궁금해하며 반응을 기다리는데...
-내 귀에 너의 탄식소리 "음~~~~~~~~" 이란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얼른 내 입에 음식을 넣고 오물거리면서 너를 바라본다.
-우리는 마치 약속한 사람처럼 동시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고 눈을 꿈뻑거림으로 마음을 나눈다.
그렇게 함께 누리는 즐거움과 기쁨이 하나의 단어 '행복'으로 표현된 것이었다.
행복이 별거인가??
평범한 행복이 참 좋다.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눈에 불을 켜본다.
비록 자가격리로 5일째 집순이이지만, 배달어플을 켜놓고 함께 토론회를 여는 것 또한 얼마나 즐거운 일이란 말인가?!!!
말 나온 김에 오늘은 탕수육이나 먹어야겠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