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학교 친구 사귀기2.
처음 유튜브를 보게 된 건 5살부터였던 것 같다.
핑크퐁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시작된 유튜브가, 지금까지 질긴 악연이 되어 ‘더 본다, 그만 봐라’ 싸우며 신경전하는 일상이 된 것 같다. 이미 시작한 유튜브시청은 정해진 시간만큼 보는 절제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하루에 2시간 이상 보지 않도록 노력했건만, 어느 순간 아이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해 보고 싶어 했다.
상담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 모두 계정 정도는 가지고 있고, 대부분 얼마 안 하고 그만둔다며 아이가 하고 싶다면 해보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셨다. 아이 성향상 깊이 빠질까 걱정도 됐지만, 반신반의 끝에 내 계정으로 아이 유튜브를 개설했다.
그런데 역시나,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앉아서 무언갈 하는 걸 좋아하는 취미부자는. 슬라임, 아이돌 굿즈, 인형계, 가챠계, 로블계 등등.. 다양한 콘셉트의 영상을 제작하며 아직까지 롱런하고 있다.
유튜브 운영의 장점도 있다.
아이는 특히 외부사람에게 칭찬받는 걸 즐기는 성향이라, 그 안에서 영상을 올리기 위해 콘셉트를 잡고, 이야기를 짜고, 대본을 쓰고, 캐릭터를 그리고 영상편집등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관심받고 어울릴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유튜브를 하면서 더더욱 (친구와 만날 수 있는) 놀이터와 멀어졌다. ㅜㅜ
똥줄 타는 건 애미 뿐이니?
유튜브 계정은 있어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여자아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한 명의 친구를 만났다. 같은 반이었는데 그 친구가 남자아이들에게 놀림받을 때 딸아이가 말싸움을 도와준 데다 같은 단지에 살았고, ‘아이돌 굿즈 포장’이라는 취미가 겹쳤다. 그렇게 많은 공통점으로 둘은 가까워졌다.
학교에서 점심시간이면 매번 혼자 도서관에 가 있는 아이에게 동료가 생긴 것이다. 문구점에 올 때도 같이, 놀이터에서 유튜브를 볼 때도 같이, 영상통화도 하며 아이돌 굿즈 포장 취미에 대해 공유했고, 영상편집 방법도 공유했다. 그렇게 아이에게 진짜 단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친구 덕분인지 아이는 안정적으로 등하교를 하게 되었다.
9시까지 등교시간을 맞추고, 조퇴 없이 일주일을 잘 다니게 되었다.
학교에서 장난치다 선생님께 혼났다는 이야기도 하고, 장난기 많은 모습도 보이면서 더 편안히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1학기 내내 힘들게 등교하는 아이 모습을 보았던 상대 부모님은
‘이제 아이 괜찮네요?’ 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더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대꾸했지만 딸아이와 친해지는 걸 미리 걱정하는 부모가 더 생기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제 곧 방학인데.. 방학이면 한 달 살기로 단지 내 아이들도 외부로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릴 접점이 더 필요해 보였다.
‘일단 집에 친구를 많이 초대하자!’
7월이면 아이의 생일이었다. '친구들 초대해서 생일파티 할까?'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해도 좋을 것 같다며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평소 누굴 초대하지 않는 게으른 엄마였지만.
같은 반이거나, 단지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친구들 몇 명을 초대했고 아이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먹는 것부터,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하며 서포트했다.
그날은 교회 심방이랑 겹치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사람 북적이는 집에 들떴는지 쭈뼛대던 아이는 단짝이 도착하자 목청이 커지며 까르르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들이 도착하자 시작된 광란의 (슬라임) 생일파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받고, 친구들의 축하와 피자, 치킨, 케이크, 음료 등을 마음껏 먹으며 평소에 자제하던 슬라임놀이도 하며 5시간이 넘도록 집에서 놀게 되었다.
'액티가 없어요~ 물풀이 부족해요! 색소가 필요해요~! 파츠는요?'
아이들이 슬라임에 관한 무언가를 요구할 때마다 1층 상가에 있는 우리 문구점까지 바쁘게 달렸다.
거기다 내가 준비한 '문구점표 특별 기획 선물세트'를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혼자해봤을때 재미 없던 놀잇감도 다같이 한참을 몰입하는 장점도 있었다.
역시 만나서 노는 것만큼 좋은게 없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유튜브 덕분에 단짝과 친해질 매개도 되었고, 슬라임의 모든걸 배웠으며, 문구점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의 모습도 나름 뿌듯했다.
아이발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진출처 _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