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아직은 아니 되오...
요즘은 학원 안 다니는 아이들이 참 드물다.
뭐가 옳다고 평가할 필욘 없다. 자기 아이에게 맞는 걸 찾아 적극적으로 교육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까.
다만, 부모와 아이의 의견이 달라 갈등이 생길 때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처음 아이가 학원을 갔을 때는 7살, 수영학원이었다.
오후 5시에 어린이집에서 해방된 아이를 끌고 재밌는 물놀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보냈지만,
아이는 기분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너~무 가기 싫어했고 그럴 때마다 억지로 달래서 보내고 싸우느라 진이 빠졌다. 그렇게 9개월을 다녔는데도 평형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결국 그만뒀다.
이후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때부턴 학교 적응과 방과 후 수업 등으로 학원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2학기때는 방과 후 수업도 듣지 않았고, 학교수업이 끝나면 잽싸게 집에 왔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보다 여유로운 오후시간에 아이는 쾌재를 불렀지만, 심심해~ 놀아줘~ 를 반복하는 타입이라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데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가 즐거워할만한 예체능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단지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 체험수업에 따라갔다. 다행히 어릴 때 친했던 (4살에 친했으나 8살에 어색해진) 남자아이가 그 학원엘 다녔고 바로 등록하게 되었다. 아이는 한동안 피아노 치는 걸 자랑하거나 즐겼고, 중고 피아노까지 구입해 집에서 치곤 했다.
그러나 7개월 차.
분리불안이 겹쳐오면서 돈만 내고 안 나가는 날수가 쌓이고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한번 적응하면 2-3개 학원도 거뜬히 다니는 아이들도 많던데.. 그 아이들은 배우는 게 즐겁고 재밌다고 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뭘 하나 배워도 다 재미가 없을까? 끈기 부족일까? 산만해서일까?
이런저런 생각 속에 아이가 학원 다니기 힘들어하는 본질적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아이가 안정을 취하고 학교에 잘 다니던 2학년 5월, 1학년때 같은 반 친구들이 새로 생긴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아이들 덕에 딸도 선뜻 용기를 낸 것 같았다. 친구들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등록했다. 나는 처음 만나는 원장님께 아이의 상태를 다 말씀드렸다.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옳다고 느껴졌다. 겉으로 봤을 땐 목소리도 크고, 수업에도 적극적인 아이의 태도에 선생님들은 믿기 어려워하셨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학원 문턱에서 울고 힘들어하며 돌아서길 반복했다.
이후 오르락내리락하는 증상에 따라 결국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등교하는 것도 가네 마네 지쳐있었는데, 학원까지 더해지니 내 스트레스도 겹겹이 쌓여갔다. 하지만 그래도.. 내 상태보다 아이 상태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고, 역시나 학원은 무리인 것 같았다. 정규수업에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니, 일일 체험으로 조금씩 경험치를 쌓는 건 어떨까?
그러다 단지친구 중 한 명과 같이 클라이밍 체험을 가게 되었다. 그쪽은 아버지가 육아담당이었는데, 워낙 뛰어놀기를 좋아하던 부자라 놀이에 적극적이었다. 둘은 엎치락뒤치락 클라이밍을 즐겼다. 꽤나 고강도의 무산소 운동이었다. 온몸 근육을 다 쓸 수 있는 운동이라 한 덩치 하는 우리 모녀에게 도움 되는 수업이었다. 나는 학습과 자유이용을 다 할 수 있는 수업을 등록했고, 아이는 자유이용권을 끊었다.
맛보듯 재밌게 노는 모습으로 흥미만 유발해 주면 아이는 선택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와 함께 여름방학 동안 클라이밍을 제법 타게 되었고, 2학기에 들어서 아이는 정규수업을 들었다. 학원은 학교만큼이나 낯선 곳이지만, 선생님의 관심과 칭찬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 알아본 영어학원과 시간이 겹치면서 클라이밍 요일을 옮겼는데, 전에 반 친구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여서 그런지 바로 클라이밍도 그만두게 되었다. ㅜㅜ
3개월도 채 다니지 못하고 그만둔 학원이 벌써 두 군데나 되니, 아이가 학원 가기 싫어하는 반응에 더 짜증이 났다. 당시 나는 왜 학원에 집착했을까? 학교도 잘 가지 못하는 아이에게 학원은 왜 다를 거라 기대했을까? 아이가 빨리 적응해 내 시간을 확보하려 했을까? 아니면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걱정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학원은 엄마 입장에서 아이에게 교육도 되고 친목도 될 수 있는 아주 편안한 안식처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수많은 학원을 등록하고 다녀야 하는 루틴에 내 아이를 꼭 맞춰야 하는지는 미지수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사가 대부분 영어라는 이유로 영어에 흥미를 갖는 것처럼, 아이가 자기 할 일을 똑바로 하며 즐겁게만 지내기에도 모자란 시간 아닐까.
사진출처 _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