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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Jan 23. 2022

MZ직장인의 디지털 디톡스 기초 편

MZ직장인의 미니멀 라이프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에 떤다는 MZ세대. 그러나 나는 디지털기기로부터 매일 조금씩 멀어진다. 쉽지 않은 첫걸음, 그 시작의 경험을 공유한다.


작은 자극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중독 치유를 위해 디지털 분야에 적용하는 디톡스 요법'을 말한다. 1차적으로 디지털 인간관계를 줄인다. 의미 없는 커뮤니티 글 보기, 인터넷 서칭, SNS 앱 사용 줄이기에서 시작을 한다. 2차적으로 아예 디지털 기기로부터 멀어진다. 굳이 필요할 때가 아니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디지털 사용은 뇌의 호르몬 보상체계를 망가뜨린다.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왜곡시켜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그 극대화시킨 자극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제공한다. 결국 우리는 작은 행복과 불안과 같은 것에 대한 관심을 접고 스마트폰 화면 속의 세상 속에 빠져들어간다. 지하철을 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한 모습이 결국 거대 디지털 매체들에 의해 정복당한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비단 나의 생각뿐만은 아니다. 전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겐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내부고발을 단행했다. 그녀는 페이스북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약화한다고 의회에서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페이스북도 방침을 바꾼다면 더 안전하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더 즐거운 소셜 미디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스스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아예 디지털 매체를 없애는 것이 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매체의 운영 체계 보완을 통해 지금 생겨나는 문제들의 크기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는 당장 매체들의 행동에 의존하기보다 알고리즘 앞에서 주체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싶다.


머신 러닝으로 교육된 알고리즘을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오프라인 자극과 온라인 자극이라는 줄타기에서 균형을 잡고 싶다.


책 <숲 속의 자본주의자>의 저자인 박혜윤 작가는 미국의 시골에서 생활하며 인터넷 통신망을 끊고, 피쳐폰 1개로 4인 가족이 생활한다. 그는 그의 책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인터넷이 필요한 일은 적어두었다가 동네 도서관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웬걸, 업무는 물론 궁금한 것 까지 실컷 검색해도 한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끊기 전에는 하루 종일 화면을 봐도 더 볼 것이 있었다.
박혜윤 저, 책 <숲 속의 자본주의자>


직장인이 디지털 기기를 아예 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PC로 업무를 보며, 스마트폰으로 관계자들과 연락을 한다. 피쳐 폰을 사용하며 카카오 톡도 안 하고 살 수 도 있겠지만 직장인으로서 프로페셔널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여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되 최대한 이용 빈도를 줄이고, 끊임없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탐구해나간다.


MZ직장인의 주체적인 디지털 사용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는다.

계정은 있으나 비공개 계정이다. 팔로워는 남자 친구뿐이다. 인스타그램을 오로지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 사진을 저장하는 앨범으로 사용한다. SNS 친구들과의 시시콜콜한 일상 나누기는 2015년 '페이스북'이라는 매체에서 한 해 씩 지나며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로 넘어왔다. 페이스북을 고등학생 때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20살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칠 때 즈음 나는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친하지도 않은 인간관계들이 모두 엉켜 들어 '알지도 모를 친구'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추천되는 알고리즘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지금 당장 연락하지도 않는 초등학교 동창,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 어쩌다 대외활동을 하다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한 모든 소식들을 알고 싶지 않다. 만약 그들과 우연히 마주친다면, 기쁘게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물을 것이다. 그들과 우연히 작업을 함께하게 되어 정기적으로 이어지는 인간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과거의 연을 가끔 추억하며 꺼내면 될 뿐이다. '과거'와 '현재' 사이의 인간관계의 공백을 빼곡히 모두 채우기보다 비우고 싶다.


카톡 '친구 숨김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카카오톡은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무작정 모두 받아들이면 나는 다시 과부하에 걸리고 말 것이다. 단 한번 업무적으로 카카오톡을 활용해야 해서 카톡 친구로 저장했을 뿐인데, 그런 사람들이 쌓이고 쌓여 카카오톡 친구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장되어 있다. 이미 업무가 끝난 업무 관계자의 가족사진마저 카카오톡을 열면 쳐다볼 수밖에 없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결국 보수적인 기준에 맞춰 정말 프로필 사진을 매일 봐도 괜찮을 만한 사람들만 남기고 모두 '숨김'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느슨한 기준에 맞춰 카톡 친구를 정리하다 보면 숨기기가 쉽지 않다. 나중에 다시 연락할 수 있으니까.. 나중에 만날 거니까..라는 마음으로 주저하다 보면 가득 채워진 친구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나중'문제가 걱정이라면, '나중'이 닥쳤을 때 카카오톡 설정 탭에 들어가서 숨김 친구 리스트를 클릭하여 숨김 친구와의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지금 당장 업무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게 만들어서 (-) 마이너스의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면 가차 없이 숨김 친구 처리를 했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던 대화방이 남아있기에 그 사람의 프로필은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차 없이 카카오톡 친구를 정리를 하여 '백 명 단위'의 친구들은 40여 명의 친구들로 정리되었다. 


스마트폰 알림을 최소화한다. 

핸드폰 배경화면에 알림 팝업이 뜨는 것은 카카오톡과 기기 자체 정보(업데이트, 기기 사용시간 등)뿐이다. 쿠팡을 포함한 모든 쇼핑 관련된 앱의 알림을 '비허용'으로 설정했다. 카카오톡 외 브런치를 포함한 모든 SNS 관련 앱의 알림 또한 '비허용'으로 설정했다.


구매와 관련된 할인정보를 나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은 거부하고 싶다. 스스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직접 구매 관련 정보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할인 정보가 있다면 사용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과 앱 알림 설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반문을 들을 때가 있다. "정말 좋은 할인정보가 있을 때, 스마트폰 알림을 못 받아서 제때 사지 못한다면 너무 손해잖아요." 나는 스스로 정한 구매 주기를 벗어나면서까지 할인정보를 활용하여 물건을 사는 것만이 올바른 소비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쇼핑앱 알림을 통해 내가 원하지 않는 시기에 물건을 구매하도록 요구받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결국 의문이 든다. 1천 원 아끼는 소비라고 해도, 만약 같은 시간에 물건을 사지 않는다면 물건 전체의 값을 절약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관점에서 쇼핑앱 알림은 ON하지 않는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거나 구독한다는 알림을 빨리 받아보고 싶어서 브런치의 알림을 켜 두었다. 그러나 이 것은 나에게 소소한 강박으로 다가왔다. 회사 점심시간에도, 자기 전 잠자리에서도 조그마한 알림은 마음 속 파도를 울렁이게 만들었다. 고민하다 결국 브런치의 알림을 꺼두었다. 아예 알림을 받아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알림을 켜 두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브런치 앱을 많이 실행한다. 알림 탭을 스스로 클릭하여 여러  알림글들을 확인한다. 그저 알림 설정을 통해 원하지 않은 시간대에 알림을 받는 것을 피할 뿐이다. 브런치 이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 알림 들도 꺼두었다. 직장인으로서 현실적으로 매일 많이 활용하는 카카오톡을 제외하고 모든 SNS 알림은 OFF다.


2008년 도나스는 뇌과학 실험을 통해 SNS에서 종종 쓰이는 알림음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단 사실을 확인했다. 도파민이 이처럼 자주 분비되면 뇌는 “뭔가 이상하다”라고 판단한다. 그 결과 뇌는 도파민 수용체 개수를 줄여 도파민이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출처] 최갑천, <SNS를 떠나는 사람들..'디지털 디톡스'가 뜬다>, 파이낸셜뉴스, 2018.10.20)


10년도 전에, SNS 알림으로 인해 도파민 체계가 망가진다는 사실이 연구결과로 밝혀졌다.


온천천을 걸으며 산책을 하려고 할 때,

주말 하루 평소와는 다르게 늘어지게 낮잠을 자려고 할 때,

SNS 알람은 꺼두고 작은 행동들로 나의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훈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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