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내는 것.
이겨내고 이겨내고 이겨내고 살다가
더는 힘이 없어 이겨내지 못하게 되면
그땐
지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이기지 않는 것.
무섭고 독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잘 싸웠다.
사랑하는 선하고 여리고 바른 것들을 위해
그래도 끝까지 잘 싸웠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그래서 즐거웠다.
남겨진
자들의 입으로
그렇게
말하게 되길.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졌다는 마음이 안 들게 싸우는 것
그런 싸움은 지키기 위한 싸움.
이기는 건
사실은
지켜냈던 일
죽을 만큼 힘들게...라는 비유는 맞지 않다.
그래도 살아있다면, 살아내고 있다면
싸우고 있고 죽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거니까.
캄캄한 방이 수조처럼 느껴지고
그 안에서 익사할 것처럼 두려울 때도
후- 하고 숨을 내쉰다면
그건 애써 살아내고 있는 것
그냥 놓고 떠날까... 마음이 들다가도
울먹이는 사랑하는 것들의 표정과 눈물을 떠올리며
버틸 땐 지켜내고 있는 것.
보잘것없는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펑펑 울고 있어도
그 눈물과 표정과 기다림을
지켜주고 있는 것.
버티는 모든 영혼들을 위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