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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Nov 21. 2024

[피지낭군가]

면봉에도 톡 터지는 약간 아픈 슬픔이야기


나이가 든 얼굴에 없던 봉우리들.

늙어버린 피지낭이 더 이상 기름을 뿜어내지 못해

스스로 기름을 머금다 몸집이 커진거라고 한다. 

슬프다.

슬프게 피지를 짜며 생각한다.

나이 들어 뱉어내지 못하고 

안으로만 쌓아가다 커지는 것들이 

피지낭뿐인가

가슴에 가득 찬 슬픔도

눈 안에 가득 찬 불안도

기억에 가득한 이름도

이제는 더는 밖으로 힘 있게 내보내지 못하고

안으로 커지다. 

깊고 큰 우물이 되었다. 

나는 깊고 큰 우물이다. 

그 안에 차갑고 시린 눈물은 싱싱하게 출렁이고

불안에 울먹이던 찬 손도 빠릿빠릿하게 움켜쥔다

메아리는 깊어서 안으로 시끄럽게 네 이름을 부른다.

안으로 시끄러울수록

밖은 고요하고

가끔 비춰보는 얼굴이 울먹울먹 수면 위를 떠다니다가 

가라앉는다.


'울도 담도 없는 집에서 시집살이 삼 년 만에...'


진주난봉가 슬픈 노래는 잊히는데

피지낭군가 웃픈 노래는 익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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