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川回歸(모천회귀)

시는 소리가 되어야 한다.

by 김틈

눈물은 시를 만나 목소리를 갖게 된다.


눈물에도 소리가 있다. 뺨을 타고 흐르는 잡조름한 한 방울의 물이 내는 물리적 소리가 아니라 LP처럼 카셋트처럼 CD처럼 그 안엔 무수한 노래와 음악이 담겨 있다. 그 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전축, 오디오, 카세트플레이어는 시인이다. 시라는 미세한 바늘을 눈물에 올려두고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시인들에게 있다.


시는 몸으로 쓴다고 한다. 시를 쓴다는 건 말하기가 아닌 듣기이기 때문에... 온 몸에 담은 소리들을 다시 손 끝으로 턴테이블의 바늘처럼 얇은 그 곳에 울리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삶은 잉크가 되고 악보를 그려낸다. 시는 읽기 보다는 노래하기가 맞다. 시가 어렵거나 시는 정말 주관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들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단 그 시를 소리내어 음정을 붙여 읽어보면 한 뼘은 더 시가 가깝게 다가온다. 그래야 시의 바늘로 삶이라는 레코드판의 소리를 내어주는 시인의 잉크가 어떤 향기인지 알 수 있으니까.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이젠 시인의 삶으로는 다시는 재생할 수 없는 노래가 되었다.

어쩌면 각자의 노래로 만들어 불러야 하는 게 시의 숙명인지도 모르지만 더는 무대에 설 수 없는 가수를 떠나보낸 팬의 마음이 이럴까...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다시, 시를 노래로 불러 한 뼘 더 가까이 붙여본다.


가난

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

너와

헤어져 돌아

오는

쌓인

골목

길에

새파

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이보다 더 느리게 '여창가곡'의 노래처럼 자음과 모음 하나 하나를 허파 깊숙히 넣어서 하나씩 꺼내 소리로 된 시를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문맹'처럼 그 글자를 침묵으로 대체하고 온화하고 뜨겁고 강인했던 시인의 삶과 인연을 떠올리며 울음을 노래해도 좋겠다. 무엇이든 좋겠다. 시는 소리가 되어야 한다.



신경림 시인이

오늘 아침 여덟 시 이 세상을 떠났다.


지금이 오후 다섯 시 이십 분을 넘었으니

가난하지만 사랑을 지키려는 어느 청년의3212

초록빛 봄밤에 도착했겠다.


모든 떠나는 뒷모습은

눈물에 회절 되어

수 천억 킬로미터를 헤엄치다가

처음이 기억되는 곳에 모천회귀 한다.


삶의 흉터가 물살이 된 곳에

다시 영롱한 알갱이로 처음의 기억을 되돌려주고

얇고 허약한 지느러미를 멈추고


맹렬하게 앞을 보던 눈은

힘없이 옆으로 누워 하늘을 본다.


또 떠나야 하니까.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 그곳으로.


물살은 무량하고 무수하게 거세고

눈물은 물살로 녹아 멈추지 않는다.

눈물 소리는 합창이 되었다. 그리고 '합장'이 되었다.



양수와 눈물의 상관관계


눈물은 엄마가 날 품은 양수로 모천회귀하는 것이다.

다시 그 모천에 한 방울 나를 보태는 것이고

결국은 내가 엄마가 되는 것이다.


눈물은 나를 만들고 키우고 나와 숨 쉬고, 내게 피를 나누던, 엄마의 온기를 내 눈으로 보는 것.

그래서 그 모천은 엄마 심장 아래 36.5도의 따뜻한 바다였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의 발원지다.


어쩌면 한마리 연어처럼 세상의 거친 파도를 견디며 살다가 살다가 살려고 발버둥 치며 살다가

가끔 미친 듯이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엄마의 모천을 찾아가려는 삶에 지친 한 마리 연어의 헤엄질인가보다. 그렇게 헤엄치며 찾아가야하는 곳.


삶의 파도가, 물살이 거셀 때마다 눈물의 소리가 들린다. 거센 물살의 품 속에서 들리는 먹먹한 와류였다가 잠시 머무르려는 소용돌이 였다가 때론 떠나지도 돌아오지도 못하는 파도의 끝없는 속삭임이다.


눈물의 소리를 타고 모천으로 회귀한 신경림 시인이

물가에 앉아 서로를 다독이는 가난한 이들의 옆을 지느러미를 반짝이며 지나간다. 순한 미소를 닮은 시를 물방울 치듯 건네면 그 시는 손으로 가져가 입에서 나와 가슴으로 들어간다. 그 소리는 거품처럼 녹았다가 다시 눈으로 '흘러' 나온다.


지구를 떠도는 물의 운명과 닮았기 때문에 시는 활자의 값이 아닌 소리의 값을 지닌다.

다시, 시를 읽을 때는 소리를 내 노래하듯 읽어야 한다.


마음의 동굴을 울리며 굽이굽이 휘돌아 나오는 시의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가 된다.


저마다의 상처 투성이 연어들은

지금도 지느러미로 물살을 내려친다.

경쾌한 소리로 눈물을 듣는다.


당신의 지느러미를 껴안고 응원하는 시들이

별이 된 밤에

별들도 노래한다.


그 밤은 청사진처럼 바다에 내려앉고

밤 바다에 앉아서 나도

시인의 죽음을 그립게 노래한다.

(사진 : 2023년 1월 강원 고성 (김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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