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았다
나는 보았다
너를 보내는 아침
어깨를 움츠리며
낯선 여자 하나가 거울 앞을 서성이는 것을
나이를 먹은 여자의 눈동자는
한없이 검고 깊었다
얼굴은 언제나처럼 말이 없었고
꼭 다문 입술이 파르라니 떨리는 것을
그리고
작아진 키 뒤로 서 있는
회색빛 여백을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이
차갑게 젖어가는 것도 보았다
새삼
인생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필요는 없지만
단 한 번도
세상을 향해 울 줄 몰랐던 새가슴의 여자가
옹졸하게 치미는 부아를 숨기지 못해
온몸을 끓이고 있는 것을……
세월이 흐른 훗날
그날에 기억될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을 꿈꾸던 순결한 육체가
한 줌의 흙먼지로 썩어지는 순간에도
네가 없는 텅 빈 그 자리에
산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을 꾸는 여자
나는 보았다
혼자서 울고 있는 여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