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나는 보았다

나는 보았다

by 김도화

나는 보았다


너를 보내는 아침

어깨를 움츠리며

낯선 여자 하나가 거울 앞을 서성이는 것을


나이를 먹은 여자의 눈동자는

한없이 검고 깊었다

얼굴은 언제나처럼 말이 없었고

꼭 다문 입술이 파르라니 떨리는 것을


그리고

작아진 키 뒤로 서 있는

회색빛 여백을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이

차갑게 젖어가는 것도 보았다


새삼

인생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필요는 없지만

단 한 번도

세상을 향해 울 줄 몰랐던 새가슴의 여자가

옹졸하게 치미는 부아를 숨기지 못해

온몸을 끓이고 있는 것을……


세월이 흐른 훗날

그날에 기억될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을 꿈꾸던 순결한 육체가

한 줌의 흙먼지로 썩어지는 순간에도

네가 없는 텅 빈 그 자리에

산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을 꾸는 여자

나는 보았다

혼자서 울고 있는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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