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화 May 30. 2018

33.나는 보았다

나는 보았다


나는 보았다     


너를 보내는 아침

어깨를 움츠리며

낯선 여자 하나가 거울 앞을 서성이는 것을     


나이를 먹은 여자의 눈동자는

한없이 검고 깊었다

얼굴은 언제나처럼 말이 없었고

꼭 다문 입술이 파르라니 떨리는 것을     


그리고

작아진 키 뒤로 서 있는

회색빛 여백을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이

차갑게 젖어가는 것도 보았다     


새삼

인생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필요는 없지만

단 한 번도

세상을 향해 울 줄 몰랐던 새가슴의 여자가

옹졸하게 치미는 부아를 숨기지 못해

온몸을 끓이고 있는 것을……     


세월이 흐른 훗날

그날에 기억될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을 꿈꾸던 순결한 육체가

한 줌의 흙먼지로 썩어지는 순간에도

네가 없는 텅 빈 그 자리에

산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을 꾸는 여자     

나는 보았다

혼자서 울고 있는 여자를……               

매거진의 이전글 32.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