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사람을 무는 이유

by 파랑고양이별




사실은

내가 아팠어

. . .

사실은

그게 다야


(뱀이 사람을 무는 이유)





뱀이 사람을 무는 이유



이승재



그마저도 없었으면

바닥을 쓸고 다니는

몸뚱이가 다였을 테니,

뱀 또한

독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자신이

괴로웠을 게다.


사람을 처음 물었던 날,


날 밟지 말아 달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목소리가 없으니


뱀에게도 슬픈 날이었다.


"신은 처음

말을 만들기 전

귀를 먼저 빚었지,


그러나 들을 자가 없었으므로

소리는 태어나지 못했어."


마음속 혐오의 원죄가 그렇게 태어났다.


뱀이라고

사랑받기 싫었을까

.

.

.

"나에겐 받을 수 있는

손이 없었어,


네게 다가갈

발도 없고...


오직 이빨 말고는

네게 닿을 수가 없었어"

.

.

.

물었던 뱀이


서글퍼했다.





상처를 남긴 마음도

결국 누군가의 위로가

그리웠을 거야

.
.
.



→ <시집은 여기>

이승재 시인 시집




image courtesy of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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