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래비티

너를 떠난 적 없는 내 안의 말

이 별에서 그리움의 시

by 이창훈




뒤라는 말, 뒤

해 뜨는 장엄한 아침이 아닌

해 지는 쓸쓸한 저물 무렵의 말

높이 솟아 오르는 산이 아닌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강의 말

빛나는 햇살 받아 환해진 얼굴 아닌

햇살 가린 그늘 속 얼굴없는 그림자의 말

빨간 루즈를 칠한 요염한 입술 아닌

붉은 마음을 감추고 입 안에 갇힌 혀의 말

박수 받는 몇몇이 아닌

어딘가에서 박수치고 있는 여럿의 말

기쁨이 슬픔에게가 아닌

슬픔이 기쁨에게 건네는 말

웃음이 눈물을 잊었기에

눈물이 웃음에게 조용히 건네는 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앞서갈 때

누군가를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말

장미꽃다발 들고 세레나데를 부르는 로미오 아닌

꽃상여 달고 슬피 우는 단테의 말

새벽 첫차의 시동 켜는 소리가 아닌

자정 무렵의 차고지

막차의 시동 끄는 소리의 말

잘난 사람들 잘난 세상의

그 요란하게 잘난 말들이 아닌

못난 놈들 못난 세상의

그 서글프게 못난 말들의 말

매끈하고 세련된 이마트 그런 대형마트가 아닌

투박하고 초라한 시장 그런

땀냄새와 악다구니 들끓는 재래시장의 말

시원하게 쭉 뻗은 고속도로 아닌

산굽이 물굽이 다 돌고 도는

정선 아우라지길 그 곡선의 말

입으로 빠르게 고백하지 않고

마음으로 되새김질하는 소처럼 천천히 되뇌이는 말

가까이로 오는 이 아닌

먼 곳으로 떠나는 자들의 말

기쁨 속에 행복 속에

무심코 지나치는 말

서럽다는 말

아프다는 말

아프냐는 말


앞만 보며 길 가는 생의 여울목에서

발 아래 전혀 못 보고 건넌

그 뒤에 남아 온 몸으로

너를 받친 징검다리의 말


뒤도 안 보고 떠나는 사랑에게

뒤에 한참을 남아

‘안녕’이라는 말로 오래도록 손 흔드는

사람의 말


오래 전

너는 떠났어도

단 한 번도 너를 떠난 적 없는

나의 말

내 안의 말



시집사진(2).jpg



[사진출처]: 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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