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만난 위로의 시
-박초이(마암분교 5학년)
사람들이
다들 도시로
이사를 가니까
촌은 쓸쓸하다.
그러면 촌은 운다.
촌아 울지 마.
시골 작은 학교에서 평생을 평교사로 살며 어린 아이들과 함께 시를 썼던 김용택 선생.
전북 임실군 운암면에 있던, 전교생 18명의 학교.
감히 내가 시인이라 칭하는 박초이 양은 그 18명의 행복한 학생 중 한 명.
그곳에서 선생과 함께 시를 썼던 어린 시인들의 시모음집을 오랜만에 펼쳐 들고 있다.
시집 제목은 '학교야, 공차자'.
먹고 살기 위해 우리는 거대 도시로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한참 잘못 된 말이다.
먹고 살기 위해 떠나 온 그곳에서도 여전히
먹고 살기 위해 땀흘려 몸을 움직여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 그곳을 쓸쓸하게 지키는 사람들이 여전히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매우 많이 '잘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왔던 것이다.
다들 도시로 빠져나가 폐허가 되어 가는 촌(마을). 맨 처음 이 시를 읽었던 처음에도 그랬지만...
한참을 '운다'에 마음이 머문다. 그 울음은 과연 누구의 울음일까. 저 먼 섬에서 홀로 늙어가는 내 어머니의 신산스러운 삶의 울음인가. 이 거대도시의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에서 집과 직장을 쳇바퀴처럼 오고가며 끊임없이 소비하는 삶을 사는 나의 울음인가.
쓸쓸함과 폐허는 슬프지만... 역설적이게도 '울음'에 대한 윤리적 감각을 끊임없이 제 안에 붙들어 두는 힘을 준다. 그저 '운다'가 아니라 쓸쓸하고 아픈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울지 마'라며 다독다독이는 마음결을 잃지 않게 한다.
그래서 이 어린 시인이 썼던 시는 마치 나에게 '울지 마'라고 등을 토닥이는 것만 같다. 그건 아프지만 그윽한 슬픔의 파문이다. 한참을 바라봐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