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그리워하다
-이창훈
첫눈은 왜 내렸는지
첫눈 맞으며 왜 서로의 눈을 맞췄는지
눈을 맞으며 눈을 맞추며 왜 서로의 영혼을 눈동자에 새겼는지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나란히 나란히 서서 오래도록 평행선 같은 발자국을 새겼는지
왜 눈은 계속 내려 걸어온 지도를 금방 지워버렸는지
멎은 시간 속을 한참 걸어서 닿은 그 곳에서
우리는 왜 말없이 눈사람을 궁글렸는지
입도 없고 코도 없이 눈만 빛낸 눈사람을 만들었는지
그 겨울이 어떻게 갔으며
눈부신 봄은 또 어떻게 왔는지
부푸는 그리움을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는 어디에 앉았는지
낙엽 지기도 전 때이른 첫눈은 내리고
간다는 말도 없이 왜 바람처럼 날아갔는지
온다는 말도 없이 너는 왜 알리바이도 없이 사라졌는지
다시 첫눈 오는 날
길가의 나무가 되어 나는 왜 쓸쓸히 눈을 맞고 있는지
녹지 않는 눈사람이 되어 어둠의 별처럼 눈을 빛내고 있는지
정말
*시집명: 『내 생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뻗어있다』
*출판사: 마음세상
*발매20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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