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의 유언

-- 이 별에서 내가 반한 문장 --

by 이창훈
내가 죽거든...
땅에 묻을 때 손을 밖에 내놓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시오.

-- 알렉산드로스 대왕 --





마케도니아에서 유렵 전역을 거쳐 인도에까지

전 세계의 약 4분의 1이 넘는 땅을 제 영토로 복속시켰던 위대한 정복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제왕 알렉산더.

기원전 323년.

고작 33세의 젊은 대왕은 말라리아균에 감염되어

병상에 누운 지 불과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위 문장은 그가 임종을 앞두고 남긴 일종의 유언이다.

자신의 시신을 묻을 때

밖으로 자신의 빈 손을 땅 밖으로 내놓으라는 말은

죽을 때는 그 무엇도 가져갈 수 없다는 준엄한 사실을

마지막으로 그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말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땅과 사람들을 자신의 발 아래 무릎꿇렸다 해도

결국 자신이 그 무엇도 저 너머로 가져갈 수 없다는 쓸쓸한 허무를

결국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 앞에서

모든 사람은 다 평등하다는 생각을

죽음이 짙게 다가오는 순간 순간에 그는 느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사람이란 존재는 결국

두 주먹을 움켜 쥐고 울면서 태어나

두 주먹을 허공으로 편 채 빈 손으로 죽는다.

알렉산드로스 유언(2).jpg -- '두 주먹을 허공으로 편 채 빈 손으로 죽는다' --



비록 잔인한 전쟁과 참혹한 살육의 피를 제 몸에 묻히며

대제국 건설이라는 끝없는 욕망 속에 살았던 제왕이었지만,

어린 시절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애써 철학자 ‘디오니게네스’를 찾아갔다

‘햇빛을 쬐고 싶으니 그 몸을 비켜 달라.’는 면박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는 제왕의 삶이 아니라면 디오게네스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운명은 그를

끝없는 점령과 소유의 세계로 매몰차게 내몰았지만

그래도 그는 본인의 그런 삶과 역사를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는 제 안의 거울을 닦고 들여다 볼 줄 아는 정복자였다.

그가 죽던 날,

디오게네스가 죽었다는 사실은 그렇기에 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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