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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Nov 15. 2018

중국인에게 "밥먹자"는 말이 중요한 이유

알쏭달쏭 궁금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중국문화


지금 중국을 틈틈히 본 독자들이라면

이미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중국문화를 알려주고,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문학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필자와 교류하는 사람들이 던지는,

중국에 대한 몇 가지  

단골 질문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꽌시'를 알아야된다던데?"
"중국사람들이 '꽌시' '꽌시'한다던데, 대체 그게 뭐예요?"

이다.


너무나도 가깝지만, 


아직까지는 생경한 나라여서 일까?


우리들의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 지금,중국이 준비했다.


알쏭달쏭 재미있는 중국문화 42번째 시간


"중국인에게 '밥먹자'는 말이 중요한 이유- 꽌시"편이다. 



사진1:  중국인들은 서로 밥을 사고, 밥을 얻어먹으면서 관계를 쌓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있어 '밥먹는 것'은 중요한 행위이다.


중국어로 '꽌시'란, 

한국어의 "관계关系"라는 한자와 상응하는 말이다.


즉, "관계"라는 단어의 중국어 발음이 바로 "꽌시"가 된다. 


단어 뜻에서도 알 수 있듯

"꽌시"란, 쉽게 말하자면, 연줄, 학연, 지연 같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빽 같은 것도 될 수 있다.


사실,

꽌시를 무엇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데, 


나를 둘러싼 모든 인적 네트워킹, 혹은

연줄, 유대관계, 네트워크 등이 

모두 합쳐진 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2: 흔히들 중국에서는 '꽌시'가 중요하다고 한다. 타인을 잘 믿지 않는 중국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인정을 쌓고, 신뢰를 견고히 한다. 


중국인들이 이 "꽌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적 뿌리는 바로

"인정의 투자"라는 데에 있다.


즉, 내가 지금 이 사람을 도와주면,

언젠가는 이 사람이 나에게 갚겠지 하는 생각으로

베푸는 일종의 "인정투자"


그것의 지속적 반복이

상호간의 견고한 "꽌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요즘, 중국사람들은"연줄이 없으면 일이 안 된다."는

말을 습관처럼 쓰곤 한다. 


원래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이 "꽌시"가 없으면 매우 번거로운 처리절차를

거쳐야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중국사회에서 "꽌시"의 힘은 

대단하다.

그것은 때론 법이나 도덕보다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왜 중국사회에서 "꽌시"가 이토록

중요시되고,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또 다른 두 문화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첫번째는, "체면문화"이고, 

두번째는, "담장문화"이다.



사진3: 체면과 꽌시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체면을 살려주면 꽌시가 견고해진다. 꽌시가 두터운 관계는 서로 체면을 살려주는 관계인 것이다.


1. 체면 살리고~

    꽌시 굳히고~



중국은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타인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다.


이 "체면"은 상대성을 가지는데,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은 

나의 "체면"을 깎음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자신을 낮추면서 타인을 지켜세워주는 문화

그것이 중국의 "체면"문화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서로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묘한 "꽌시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체면살려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섬세한 지점이 있다.


사진4: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낯선 꽌시문화, 중국 사회 진입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이해해야할 항목이다. 


예를 들어, 중국 친구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내가 우리 고향음식 꼭 한 번 대접할게. '라고 말했다 치자.


전통적인 한국인들의 정서에서 이해하기론,

이 말은 "형식적"이거나 

"의례적"인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실제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음식을 대접받는 행위는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마음만 감사히 받고 넘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겠으나,


사실,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그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고,

더치페이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중국사회에서는 전혀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법이 아니다.


"체면문화"의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도움을 청하고", "밥도 얻어먹되",

대신 그 행위에 대한 고마움을 간소하게 나마 표현하는 것이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는 길"이며,

동시에 서로간의 "꽌시"를 형성하고 

유지시키는 길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꽌시"란, 인정을 저축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신세를 지는 과정을 통해서야 중국인들은 비로소

"인정"이 비축되고, 상대가 차후에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유학당시, 중국 친구들이 건네는 저런 말을

 인사치례라고 생각하고 넘겼다가, '왜 그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 '왜 자신이 밥을 살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하는

 원망의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그땐, 그것이 상대의 체면도 살려주고

 중국친구와의 꽌시를 굳힐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체면 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싶다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s://brunch.co.kr/@poetgarden/66)


2. 담장을 넘어라!

    그러면 가족보다 더 끈끈한 친구가 될터이니!


중국문화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 '꽌시가 있는 내 사람", 아니면

'그냥 남'.


바로, "체면"만큼이나 단단한

중국의 "담장문화" 이야기이다. 



사진5: 자신과 타인과의 심적 거리를 재고, 그에 따라 차등대우를 하는 중국인들의 문화를 '담장문화'라고 한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두고,

자신과 친한지 안 친한지,

동향인지의 아닌지의 여부 등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른 차등의 대우를 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주위에 '담장'을 세워놓고,

담장 안과 담장 밖의 사람

나누어 다르게 대하는 것과 같다.


그 중, 동향사람은 가장 쉽게, 또 자연스럽게

담장 안으로 유입된다. 


중국은 "대륙"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라답게

매우 광활한 땅을 가지고 있고,

각 지역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향토음식들이 존재하기에,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그 지역의 특산물에 대한

향수를 함께 나누며 '인정을 저축'한다.


매운 것을 즐겨먹는 사천사람들은

먼 타지에서도

함께 고추기름을 곁들인 훠궈를 먹으며 대동단결하고,


베이징을 주축으로 한 북방사람들은

면요리를 나누어 먹으며

향수에 빠지는 식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인들은 유독 동향의식이 강하다. 


그들은 어디에서 만나든

안면을 튼 사이이든 아니든

그저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당한 혜택을 베풀고 또 받는다.


(어떤 고향 출신의 판매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천차만별로 바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담장을 더 자연스럽게 

넘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사진6: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이 담장문화는 앞에서 언급한 '밥 사주며 쌓이는 인정'과, '체면살려주기'를 통한 꽌시 구축을 통해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다.


중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우리의 그 것보다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꽤나 섬세하다.


나이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친분을 나누고 지내는 모든 사이를 펑요우朋友

라고 부르기에, 중국사람들과 '친구'되기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친구'를 나누는 방법은 심오한 구석이 있다.


'친구'라고 해서, 다 같은 '친구'가아니고

 점차 '레벨업'되고, 격상'되기 때문이다.


'일반 친구朋友'에서 '좋은 친구好朋友', 좋은친구에서

진짜친구真心朋友쩐신펑요우, '진짜친구에서 

 '의형제兄弟씨옹디', '의형제'에서 '한가족一家人이쟈런,

한가족에서 '내 사람'쯔지런自己人이라는 말까지

친구라는 단어에도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친구'는 될 수 있을 지언정,

'한가족'이나, '내사람'이라는 말까지 

듣기 까지는 꽤나 오랜 기간동안의 '인정비축'이

수반된다.


그리고, 그냥 '펑요우'였던 자신이

어느 순간 상대에게 '쯔지런'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순간,

깨닫게 된다. 아, 내가 이 담을 넘었구나!




사진7: 중국의 만리장성은 자신들의 영역을 외부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중국인들의 깊은 담장문화를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는 건축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담장'을 넘고,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바로,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중국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정체성'을 함께 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으면 

먼저 그 사람과 '친구가 되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중국인들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담장'을, 손쉽게 넘어갈 수 있는

좋은 아이덴티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밥을 같이 먹는 것'이 

무엇보다 빠르고 쉬운 방법일테다.


또한, 이 '밥 같이 먹기'의 누적은

'친구'가 '친한 친구'가 되고

'친한 친구'가 '의형제'로,

'의형제'가 '내사람'으로 변신하게 만들어주는

마법같은 비책이 되어준다.


그러니, 

중국친구에게 "밥 먹자"는 말을 들었다면

기뻐하라!


그들의 "밥먹자"는 말은

'밥을 먹자'는 것이 아닌,

당신과 '친구'가 되고, 

너와 나 사이에 놓인

담을 넘자'는 말과 같으니!


그리고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차곡차곡 쌓인 인정은   

키다리아저씨가 되어

당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본 콘텐츠는 아래의 도서를 참고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세그루> ,‘중국을 읽어주는 중국어교사모임’, 2017

이만큼 가까운 중국, <창비>, 이욱연, 2016

중국, 엄청나게 가깝지만 놀라울만큼 낯선, <애플북스> ,스위즈, 2016


*오늘의 지금 중국어


오늘, 너무 대접 받았네. 다음엔 내가 쏠게!
今天太谢谢你了。 下次我请你吧!
별소릴! 우리 마 친구 아이가!!!!
不用谢! 自己人嘛!
jīntiāntàixièxiènǐle。xiàcìwǒqǐngnǐba!
bùyòngxiè zìjǐrén 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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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시간에는 중국인들의 '밥상예절'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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