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란 꽃 01화

목이 마른 그대에게

by 문창승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는 세상

잠의 달콤함을 내쫓는

카페인의 시커먼 쓴맛이

밤보다 더 아득한 어둠으로

그대를 말아쥐고


곤두선 털을 힘겹게 앉히며

그대가 방패 대신 들어 올리는

연노랑 투명한 국화차 한 잔

은은한 꽃내음의 묘약이

지친 그대의 목을 잠시나마 적셔도


여전히 그대가 목이 말라

욱신거리는 영혼과 육신으로

위태로이 숨 내쉬는 까닭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

애틋한 한 잔의 시


목이 마른 그대 위해

펜을 찻잎 삼아

종이를 찻잔 삼아

정성껏 무심히

알맞게 우려낸, 여기 이 한 잔


주저앉힐 만큼 흠뻑 젖기보다

유달리 일찍 눈 떠진 날의

새벽 공기같이 촉촉하게


이 순간 행복해 죽겠다는 함박웃음보다

한 켠에서 오래도록 기억하리란

미소 한 번 짓게


애정이든 위로든 그대가 원하는 맛으로


이 한 잔을 시작으로

다시금 시가 들려오기를

그대의 모든 몸짓에 운율이 따르고

뭉클한 은유의 발자취가

그대의 흐리던 눈앞에 드러나기를


그렇게 그대의 마음 마르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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