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으로 받아 애지중지하던
고가의 볼펜 한 자루
각지고 투박한 인상과 다른
진하고 부드러운 그 감각에 놀라
없어선 안 될 깊은 사이로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점차 헤어짐의 때가 다가옴을 알았어도
더 남았다 속이며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그렇게 잉크는 무심히 당연하게 흘러나가
글자는 어느덧 힘주어 눌린 자국뿐
아직은 끝이 아닐 거란 기대감으로
이리저리 서성이다 간신히 찾아낸
제조사의 리필용 볼펜 심 하나
그렇게 다시 채워질 시간을 그리며
투명히 식어버린 그것을 비틀어 빼내고
희망의 손끝으로 끼워 넣는 새 볼펜 심
추억이 다시 현재로 깨어나리라 약동하는 심장과
그럼에도 끄떡 않고 늘어진 주검
새로운 심은 끝내 새로운 숨을 불어넣지 못하고
추억은 그새 더 멀어져 역사가 되려는 가운데
낙담한 동공 아래에 떨어진 듯 놓인
텅 빈 몸통 그리고 들어맞지 않는 혈액, 그 새까만
부들거리는 손이 힘겹게 다가가는
잡동사니 가득한 낡은 서랍 한 칸
미련으로 죽음을 미루는 그 더러운 낙원에
얌전히 추락하는 그들의 그림자
눈앞의 저 쓰레기통은
끝끝내 못 본 체로
나중에 혹시라도
만에 하나의
언젠가는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