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시절이 있었다.
긴장 섞인 기대와 의지로 시작해
비록 많은 땀을 흘렸을지언정
몇 배의 수확과 명예가 뒤따랐던
하이얀 찬연함이 있었다.
힘껏 움직여 잠재의 불꽃을 터뜨리면서도
고되게 애쓰며 눈물짓기보단
강인한 결연과 다짐으로 버티며
끝내 환호와 경탄을 자아냈던
한때의 신비한 일상이 있었다.
그것은 기적의 밀물에 떠 있으면서도
당연함이란 거짓에 젖어 있었다.
노력은 했지만 불안에 떨진 않았고
잠이 들며 내일의 해를 기다리는 건
설렘 밴 습관일 뿐 공포가 아니었다.
시간은 내 감정을 옥죄거나 앞서가지 못했고
오히려 나의 영혼이 시간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지칠 줄 몰랐고
경쾌히 질주하던 나의 숨은 추하게 거칠어졌다.
노력을 넘어 부단히 애씀에도
성공의 뒤통수에 무릎 꿇는 시기가 찾아들고
새로운 날이 다가오리란 신경증에
매일의 밤이 저승처럼 아득한
잿빛의 몰락이 있었다.
귓가를 향하던 찬탄은 단단히 뭉쳐
내 가슴팍을 노리는 돌덩이가 되고
축복의 샘이 말라버린 땅 위로
빠뜨려 죽이려는 균열만이 드러나는
피 그리고 지리멸렬의 시절
그럼에도 죽지 않는 까닭은
죽음을 죽어도 용납하지 않는 뼛속의 굳건함과
추락의 끝에서 기필코 도약해야만 하는 본능과
수만 개의 칼날 마주해도 꺾이지 않는 빛 때문이다.
과거의 광명은 이미 오래전 지나버렸어도
날 향한 부름의 고원은 여전히 솟아오를 것이고
촉각을 위협하는 열기의 정면에서
나의 걸음은 무심히 이어질 것이다.
무너져 내리는 하늘의 틈바구니를 뚫고
그 너머의 하늘 아래 보란 듯 자리할 것이며
뒤덮은 핏물 씻겨주는 폭풍우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검은 날개를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그 비상의 미래를
숨 머금은 대지 위로 담대히 펼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