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한 채 히죽거리던 비밀 하나가
결국 덜미를 잡혀 끌려 나와
입에서 입으로 패대기쳐지며
시끌벅적한 소동으로 폭발했다.
경악과 조롱과 비난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도덕적 우월감에 도취한 이들의 꼴이
늘 그랬듯 우스꽝스러워,
조용히 창틀로 걸어가 맑음을 내다본다.
귓가로 그들의 건방진 진리가 들려온다.
거봐
비밀은 없어
홀로 점잔 빼는 모양새를
두고 볼 수 없었다는 듯이
바람 한 줄기 얄밉게 다가와
좁은 틈 사이로 키득거린다.
자신이 아는
노을 옆 땅거미와 그늘 몇몇이 공유하는
그런 비밀들이 산처럼 쌓여있단다.
여전히 많은 것들이 숨어있단다.
시간의 베일 덮고 아늑하고도 안전하게.
비밀은 없다며 떠들어대는 선인들에게
차마 이 소식을 전하지 못하겠다.
어떤 비밀은 지치지 않고 웅크려 있다는 것을
어떤 비밀은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