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어스름에
시간이 먹색을 더해
빈틈없이 시커메진 밤의 모퉁이
붉게 충혈된 가로등 하나
거머삼켜질 미래를
우연히 목격이라도 한 듯
애처로운 깜빡임으로
고적한 사투를 벌인다.
집을 향해 걷던 이들은
전선이 벗겨진 것이냐며
전구가 오래된 것이냐며
무심한 진단을 중얼거린다.
아무도 모른다,
부식도 고장도 없이
슬프게 멀쩡한 그의 사지를.
그에겐 문제가 없다.
어제처럼 성실한 그 빛을
미친 듯 매섭게 꺼뜨리려는
사방의 어둠, 갈퀴, 아집
저 구역질 나는 암흑이 다만 문제다.
시뻘겋게 진동하며
정해진 결말에 발악하는 꼴이
우습기는커녕
당황스런 울분마저 안긴다.
마침내
하나의 점이 되고 마는 불꽃.
아득히 먼 별에서 바라본
태양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