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란 꽃 19화

응시

by 문창승

두 귀로 네 목소리를 응시한다.

너의 억양과 떨림과 숨결과 어조

그 물결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 밑을 유영하는 너의 감정을 헤아린다.


청록빛 수면은 대기를 응시한다.

다음날의 바람은 읽어내길 포기한 채

잔뜩 집중해 지금의 풍향과 강도를 따져본다.

그에 동조하는 파도는 물이 빚은 정성이다.


공기는 변덕의 구름을 응시한다.

늘 두루뭉술한 그들의 모습을 예의주시하며

때로는 그들이 외치는 번개를 실어나르고

때로는 그들이 짜내는 빗물을 수풀로 흘려보낸다.


흙은 자신이 머금은 뿌리를 응시한다.

귀한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이 차림에 신경 쓰듯

뿌리 한 가닥 한 가닥 유심히 지켜보며

부지런히 모아온 양분을 알맞게 따스히 먹여준다.


꽃은 등 뒤의 그늘을 응시한다.

빛가루 뿌려주는 태양 향해 몸이 굽는 와중에도

그늘이 품은 안정과 차분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의 영역에도 조심스레 발끝을 들여놓는다.


응시하는 것들은 자신도 모르게 응시당하며

응시당하는 것들은 동시에 무언가를 응시한다.

응시는 관계를 낳고, 관계는 세계를 낳는다.


우주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고요하고도 맹렬한 기운 서린, 응시하는 눈빛들의 장이다.


오늘 내가 응시한 너는 무엇을 응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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