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란 꽃 18화

노란 꽃

by 문창승

너에게 물을 준다.

시간의 독단 안에서

손잡고 버틸 이도 없이

홀로 메마르다 시들어버리지 않도록

너의 잎, 줄기, 뿌리를 적신다.


여느 때처럼 내게 웃음 짓던

너의 천진한 눈동자

그 속에 핀 쓸쓸한 아지랑이를

나는 잊지 못한다.

그토록 내밀한 우수의 끝자락


너를 감싼 토양과 햇빛이

신이 큰맘 먹고 선사한 기적처럼

평화로이 물결쳐 넘실대는 중에도

너의 갈비뼈 안쪽 어딘가의 목소리는

갈증을 외치며 내 신경을 붙든다.


어쩌면 너의 풍요로운 공허는

내 영혼이 흐느끼는 소리와의 공명으로

이리도 크게 귓가에서 울리는지도 모른다.

내 옆의 노란 꽃인 너에게 물을 주려

나는 마음 한 바가지를 가득 퍼 올린다.


너에게 물을 준다.

시간의 독단 안에서

나와 손잡고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서로 촉촉이 안은 채 계속 피어있지 않겠느냐고

너의 품을 나로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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