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물을 준다.
시간의 독단 안에서
손잡고 버틸 이도 없이
홀로 메마르다 시들어버리지 않도록
너의 잎, 줄기, 뿌리를 적신다.
여느 때처럼 내게 웃음 짓던
너의 천진한 눈동자
그 속에 핀 쓸쓸한 아지랑이를
나는 잊지 못한다.
그토록 내밀한 우수의 끝자락
너를 감싼 토양과 햇빛이
신이 큰맘 먹고 선사한 기적처럼
평화로이 물결쳐 넘실대는 중에도
너의 갈비뼈 안쪽 어딘가의 목소리는
갈증을 외치며 내 신경을 붙든다.
어쩌면 너의 풍요로운 공허는
내 영혼이 흐느끼는 소리와의 공명으로
이리도 크게 귓가에서 울리는지도 모른다.
내 옆의 노란 꽃인 너에게 물을 주려
나는 마음 한 바가지를 가득 퍼 올린다.
너에게 물을 준다.
시간의 독단 안에서
나와 손잡고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서로 촉촉이 안은 채 계속 피어있지 않겠느냐고
너의 품을 나로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