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갔다.
불편한 온기가 은은하고
병적인 백색으로 가득한.
초점을 잃어버린 채
무력(無力)과 광분 오가며 갇힌 이들은
우스운 철학에 빠져
심히 골똘한 모양새다.
나는 병을 얻었는가.
병은 얻음인가, 잃음인가.
병이 내게 온 것인가, 내가 병으로 온 것인가.
출구 없는 사색에
함께 침잠하지 않으려
구부러진 복도를 서둘러 지난다.
어느새 당도한 방 안.
눈앞의 의사는
당최 알 수 없는 표정을
기어코 내려놓지 않는다.
그는 굳게 입을 다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가만 보니 입이 없는 것도 같다.
나는 나의 병을 모른다.
끝내 모른다.
곧 죽겠다는 절망 하나만
뼈저리게 알겠다.
곧게 뻗은 복도를
한걸음에 지나 돌아오다
어느 환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의 목을 힘껏 조르니
죽음이 귓가에 칭찬을 속삭인다.
웃음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