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란 꽃 28화

개와 늑대의 시간

by 문창승

걸어야 함을 알고

걷고 싶음을 아는데

어느 길인지를 모른다.


떨리도록 새롭지는 않다.

한 번쯤은 지나온 듯

묘한 기시감의 연속

마치 두 번째, 네 번째, 열 번째 같기도


그럼에도 갈피를 좇지 못하는

익숙한 우둔함은

온몸의 현재를 흔드는

유일한 떨림이다.


나아감은 다만

반복에 불과할 테고

실은 멈춰 서

길의 무너짐을 반기는 것이

눈부신 창조일진대.


도래할 새하얀 광장이

멍청한 행인을

눈멀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답답한 전진과

숨 가쁜 정지 사이,

땅거미가 한껏 늘어지며

살포시 다그침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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