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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Jul 25. 2022

치명(致命)

종잇장이 검지를 훑고 지나갔다.

찰나에 터지는 열감(熱感)

재빨리 다가간 오른손은

이미 늦었다는 자책 속

상처를 쥐지 못한다.     


미칠 듯한 쓰라림에

한껏 구겨진 눈코입

소리 질러 고통 알리려

고개를 드니,

무신경한 동공의 벽     


다리를 잘린 김 씨

영혼이 찢겨 나간 이 씨

장애를 타고난 박 씨

그리고 그들이 익숙한 최 씨

유산(流産)된 나의 비명     


타오르는 왼손이 부들거리고

흐르는 정맥혈은 눅진하다.

새어 나오는 울음에

입이라도 틀어막는다.

물음표의 칼날이 목마저 베기 전에.     


살갗은 계속 벌어지고

시계(視界)는 서서히 까매진다.

암흑만 남긴 채 모든 게 달아난다.

아, 이제라도 울부짖을까

코앞의 기체를 힘껏 들이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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