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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Oct 18. 2022

꽃을 가꾸는 남자

잠자코 서서 커피를 기다리는 청년

훤칠한 키와 광활한 어깨가 멋스럽고

적당히 두터운 허벅지는 탐스러워

바리스타의 신경마저 흩뜨린


잠시 뒤 들어오는 중년의 남성

구릿빛보단 잿빛에 가까운 안색에

팔다리는 볼품없이 가늘고

추레하게 늘어진 뱃가죽은 슬프다


나이 든 목청이 두 잔을 주문하고

쪼그라든 궁둥이는 잽싸게 한 의자를 점한다

목재 테이블까지 쪼그라들어 무기력해지려는 때

뒤따라 문을 열고 다가오는 기척


익숙한 포장지에 둘러싸인 프리지어 한 송이

남성은 그 꽃을 딸이라 부른다

주문은 잘 했냐며 톡 쏘듯 묻는 젊음의 생기가

남성의 그것마저 한껏 품고 있다


이제 보니 알겠다

그는 달갑게 영광 누리고 있는 것이구나

눈앞의 샛노랑 잎사귀 타올라 샛별에 이르도록

충만했던 생기 들이붓고 있는 것이구나


45번 손님을 부르는 소리에

영글지 않은 꽃잎이 미끄러지듯 달려 나가고

앉아 쉬던 흑옥 색 미소도 귀체를 일으킨다

중력을 버티는 체구의 뒤로 황금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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