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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Oct 27. 2022

분리수거를 하다가

비 그친 하늘에 흐림은 그치기 전이다

추레한 외투 한 벌 예의상 걸치고

양손 가득 바구니 들어 올린다

오늘은 아주 귀한 하루     


슬리퍼 소리 신고 도착한 분리수거장

고장 난 정수기 탓에 산 생수 페트병은 플라스틱

꾸역꾸역 부지런히 챙겨 먹은 한약 봉지는 비닐

삼 년 만에 내놓은 대학 전공 서적은 종이     


그러다가 손에 잡힌 한 가지

이건 어디로 던져 넣어야 하지

플라스틱인지 유리인지 고철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대상은 도무지     


그나저나 어젯밤 그 메시지는 어떡하나

아쉽게 잊고 있던 그녀로부터의 인사

유난 떠는 심장 말리다 미뤄진 답

나의 언어는 어떤 색을 띠어야 하나     


그런데 저번 달 그만둔  군은

어디서 만난 용기가 도약을 도왔을까

어느 하늘 향하여 날아올랐을까

나 발 디딜 바람어디 두웅둥 실려올까     


툭. 투둑. 툭.     


두피를 드리는 차가운

안 가고 머무르던 먹구름이 또, 토해내려나 보다

쥐고 있던 녀석 손 가는 대로 던져 넣고는

황급히 몸을 돌린다     


주저하던 발 떼야한다는 

확실하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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