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위기에서 구해준 친구
위기에서 구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쩌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당신을 구해줄 수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선 비를 거의 못 보겠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한국 비보다 아프리카 비가 더 매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비교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는 조금이란 게 없는 것 같다. 비가 한 번 오기 시작하면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온다.
비만 오면 괜찮겠지만 친구들도 데려온다. 그 친구들이 더 무섭다.
한 번에 통닭구이로 만들어줄 그 친구들...
출근할 때 여느 때와 똑같이 화창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려할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는 그칠 줄 몰랐고 폭포가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것 같았다. 더 오기 전에 또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가야 했다.
이곳은 우간다 내에서도 시골 지역이라 전봇대가 존재하지 않아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위험하다.
다행히 학교 정문까지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뛰어서 쉽게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정문에 도착했을 때이다.
정문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 위에서 번개가 치고 있었다. 체감상 바로 앞에서 치는 것 같았다.
너무 무서웠다.
‘그냥 뛰어갈까? 아니면 오토바이를 타고 빨리 갈까?’
오토바이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라 뛰어서 가도 최소 30분은 잡아야 했다.
고민을 하다 보니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비는 더 오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외국인 납치부터 시작해 사건 사고가 많았고, 거리가 멀다 생각하여 오토바이를 타기로 결정했다.
평소에는 먼저 고객들을 잡기 위해 손을 들지 않아도 내 앞에 와 오토바이를 대기시킨다.
하지만 그날은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할 수 없이 손을 있는 힘껏 흔들어야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때 불빛은 나를 지나쳐갔다.
지나쳐갈 때 이미 뒤에는 누가 타고 있었고, 뒤에 타고 있던 아줌마는 나를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그 이후 5대 정도가 지나갔을 것이다.
한 대도 잡지 못했다.
홀딱 젖은 상태에서 텅 빈 도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옆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구에 혼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불빛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 불빛은 왠지 커 보였다.
마지막 나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죽도록 손을 흔들며 ‘여기!’를 목에 피나도록 불러댔다.
그 빛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오토바이 뒤에 누가 타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여 내 온몸에 힘이 풀렸다.
오토바이는 내 앞에 섰고 뒤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윌슨’, 내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그 아이를 보고 내 눈에서는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게 빗물인지 눈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마음속에서는 이미 오열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오토바이를 건네준 뒤 인사를 하고 폭풍 속으로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아련해 보임과 동시에 든든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