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재쌤 Oct 04. 2020

지름길이 정답은 아니야

아프리카 뒷동산 산악훈련

삶에는 지름길과 돌아가는 길이 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없지만 지름길만 찾다 보면 쉽게 무너질 것이다.
때로는 느리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택할 용기가 필요하다.




방학이 되면 많으면 두 번 정도 아이들과 산을 오른다.

음발레 뒷산은 걸어 올라가면 1시간, 뛰어가면 30분으로  훈련 장소로 딱 좋았다.




처음 산에 올라갔을 때 일이다.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학생들이 대다수였기에 학교에서 만나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입구까지 가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20분 정도 가야 했다. 도착하자마자 몸을 풀고 정상까지 목표 시간을 정해주었다.


"애들아 30분이면 충분하지?"

"마스터, 우리는 25분이면 충분해요!"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은 신이 났는지 줄을 맞춰 빠르게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뒤에서 따라가야 했는데 체력이 받쳐줄지 걱정이었다.

올라간 지 10분쯤 지났을까? 한 학생이 갑자기 멈춰 섰다.

“조금만 쉬어가도 될까요?”

다른 친구들 얼굴을 보니 대부분 죽을상이었다.

정상도 못 찍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이들을 믿기로 했다.

너무 많이 쉬면 안 될 것 같아 10분 정도 쉬기로 했다. 쉬는 동안 가방에서 먹을 것과 물을 꺼내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가지고 왔던 것들이 금세 사라졌다.


"일어나 다시 올라가자!"

아이들은 힘들었는지 천천히 일어나며 평소에 안 하던 스트레칭을 하면서 시간을 끌기도 했다.

“너희 25분 내에 도착할 수 있겠어?”

그제야 까먹었던 시간이 생각났는지 다람쥐처럼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되어 정상에 도착했다.

25분은 넘었지만 아이들은 정상에 올랐다는 것에 행복했는지 시간은 이미 잊은 지 오래된듯했다.

정상에는 그늘이 없어 강렬한 햇빛을 그대로 받아야 했다.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플 것 같아 기념사진만 얼른 찍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갑자기 아이들이 옷을 벗더니 흐르는 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스터! 더우면 여기로 들어와요”

나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여분의 옷이 없어 거절했다.

아이들이 30분 정도 놀고 지쳤는지 얼른 내려가자며 재촉했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데 어거스틴이 이 길이 더 빠르다며 앞장섰다.

이게 화근일 줄 몰랐다.

내려가다 보니 길이 맞나 할 정도로 위험한 길이었다.

정확히는 길이 아니었다.

한 발만 겨우 들어갈 정도의 보폭과 옆에는 바로 낭떠러지였다. 한 번 발을 헛디뎠다 낭떠러지에 미끄러졌는데 아이들이 얼른 잡아줘서 살 수 있었다.

다시 올라가서 원래 왔던 길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다시 올라가는 것조차 위험했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렸다.

거의 눕다시피 내려오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다람쥐처럼 뛰어 내려가 어느새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자식들 내가 조금만 더 어렸어도’


시간이 흘러 또다시 방학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30분 안에 무조건 들어오되 순위를 정하자고 했고 시작과 동시에 아이들은 재빠르게 뛰어갔다.


뛰어가면서 곧 정상인데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내 체력이 아직 죽지 않은 건가’라고 생각했다.

올라와서 보니 다 누워서 쉬고 있었다.

이런.. 내가 꼴등이었다.

살짝 부끄럽기도 해서 오히려 더 큰소리로 “너희들 위해서  천천히 올라갔어”라며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정상을 찍고 하산할 때 아이들이 저번 그 길로 또 가자고 했다.


“두 번은 안 속아! 왔던 길로 가!”

이전 06화 함께 살아가는 세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