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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재쌤 Oct 13. 2020

경험을 쌓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첫 태권도 대회 출전

1년 2개월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나 역시 기대가 되는 대회였다.

대회 대비 훈련은 일반 훈련과는 다르게 강도가 훨씬 높아서 아이들이 매일 힘들어했다.

어느 날 훈련 도중 모세스가 오더니 “매일 똑같은 상대랑 해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못 느끼겠어요. 다른 분들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을 했을 때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초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교통비가 없어 대회도 출전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습게임은 어떻게 오겠는가’라고 생각하며 이 생각은 접어두고 있을 때였다.

문득 한국 사범님이 가르치시는 쿠미 대학교 팀이 생각났고 초청을 하게 되었다.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습게임을 했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흥분상태였다.


대회를 나가기까지 훈련 말고도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미성년자이기에 부모님들의 승인이 필요했는데 대부분 같이 살지 않아 전화로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것은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문제는 학교에 있었다. C4(고등학교 1학년) 시험기간이 겹쳤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시험이 중요하니 이 학생들은 갈 수 없다’라고 너무 완고하게 말하셨다.

포기를 하려 할 때 교장선생님과 우연히 이야기할 자리가 생겼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부모님들께서 허락하셨다면 우리도 허락해야지요. 요즘 아이들이 공부만 하고 운동을 안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은데 잘 됐네요"라고 말씀하셨다.

너무 기뻐 교장선생님을 안아드리고 싶었지만 참고 나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해 수도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빨리 쉬게 하기 위해 예약해 놓은 숙소로 갔더니 ‘이게 뭔 일인가?’ 집주인은 예약을 받은 적도 없고 사용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러 어쩔 수 없이 늦은 밤 아이들과 숙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시간은 계속 흘렀지만 남는 방을 쉽게 찾지 못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다시 그곳으로 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내고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날 무사히 대회장에 도착했다.

역시 아무도 없을 거라고 예상했었기에 자연스럽게 모든 장비 설치를 해놓았다.


9시에 시작하기로 계획했지만 오후 1시에 시작했다.

심판을 보던 중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딱 봐도 체급 차이가 너무 심했는데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체급을 물어보고 대진표를 확인하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태권도 대회는 나이 제한 별로 그룹이 나뉘고 그 안에서 체급별로 나누어져야 하지만 대진표를 보니 나이별로 해놓은 것이었다.

급하게 모든 경기를 중단하고 다시 대진표를 짜기 시작했다. 태권도 협회 사람들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가만히 있었다.

1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경기를 진행했다. 그 이후부터는 경기가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되었다.

게임이 막바지로 올라왔을 때 윌슨이 준결승전을 하고 있었다. 경기는 4점 차로 이겨서 끝이 났는데 갑자기 옆 코트에서 심판을 보던 사람이 뛰어와 “이건 말도 안 되는 경기야 우리가 이겼는데 왜 저기 팀이 이긴 거야?”라고 불평을 하며 그 선수를 코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 경기 진행을 막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지연이 되면 안 되어 원하는 재경기를 들어주었다. 재경기에서도 우리가 이긴 경기였지만 심판들이 그쪽 팀에 승으로 판정을 내렸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 계속 불평을 했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심판들이 나에게 왔다.

“미안해요. 그 사범이 완고해서 이렇게 안 하면 진행이 안될 것 같았어요. 이해해주세요”

듣고 화를 너무 내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저에게 말고 사과할 거면 선수한테 가서 사과해주세요. 윌슨은 이 대회 하나를 위해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우리 팀 모두가 기가 죽어있었다.

기를 살려주기 위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다.

먹으면서 불만을 털어놓으니 그제야 기분이 나아졌는지 웃기 시작했다.


다음날이 되었다.

다음날은 결승전과 폐회식 그리고 국기원 시범단이 공연을 할 예정이라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래도 전날보다는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어 잘 마무리되었다.


우리 팀은 금메달 5개, 은메달 6개, 동메달 5개로 주니어 부문 2위였고, 종합점수도 원래 2위였지만 협회장의 점수 계산 실수로 3위로 밀려나 트로피는 하나만 받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있었기에 나 역시도 도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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