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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Dec 07. 2016

한눈에 반하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아


한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게 된 순간이 있었다.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다만 그 사람을 만난 공간과 시간, 위치가 달라졌을 뿐이랄까.


교수님을 사이에 두고 교수실 의자에 어색하게 앉아서 마주 앉은 그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이런 게 한눈이 반하는 것이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그 사람을 좋아했다.


한눈에 반하는 것에 맹점은 그 사람을 사실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의 웃는 모습에 모든 마음을 빼앗긴 것이었고,

그럼 너는 그 사람의 외모만을 보고 좋아한 거네?라고 누군가 비난한다 해도 할 말은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사람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나는 끝없이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친해질수록 그 사람이 점점 더 좋아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사람이 나를 후배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짝사랑은 반년간 계속되었다.

나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숨길 수도 없었다.

너무 좋았으니까.


그 사람과 학교에서 혹시 마주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매일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웠다.

카톡을 기다리는 시간이 설렜고, 먼저 카톡이 오면 날아갈 듯이 기뻤다.

함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나오면

언제나 공기가 내 마음처럼 들떠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사람을 보지 못한다.

종종 어떻게 지낸다더라 하는 말을 건너 건너 들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종종거리던 내가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나의 짝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처음 반했던 그 사람의 미소는 내 마음속에 계속 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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