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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Jan 13. 2019

모두들 안녕? 모두 고마워

챕터 1. 벤노와 체리코크의 북유럽 여행 이야기 - 에세이 중에서


이 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신기하게도 ‘곤란하다’ 싶은 순간이 오면. 바람처럼 나타나 슬쩍 거들어주고는 또 바람처럼 사라졌던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었기에 지속될 수 있었다.

얼굴도 알 수 없는, 그 수많은 도움의 손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때로 삶은 내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곳으로 나를 밀어낼 때 

강력한 충격 요법을 사용한다.


폴랑폴랑이라는 회사를 시작하고 순항하던 즈음

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고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내가 믿고 있던 '최선'이 정말 최선이 맞는 것인지 회의가 들면서, 내가 갖고 있던 모든 믿음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넓은 들판에서 신나게 달리고, 아침저녁 산책하고, 가장 좋은 것을 먹이고, 사랑해주고, 사랑받았고 행복했다. 

그렇지만, 그 일을 겪으면서 모든 일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헤어 나온 듯' 일상은 예전처럼 다시 움직였고, 바쁜 일과에 파묻혀 잘 지내는 듯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런 경우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말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해야 할 무엇인가가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낸다고 가정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을 더 돕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

아니면 일이 바빠서 아이들에게 외로운 시간을 안겨준 것을 후회하게 될까?

지금 잘 성장하고 있는 회사와 일을 중단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

아니면 지금이 아니면 함께 할 수 없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일을 줄였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일만 남겨두고, 모든 일을 미련 없이 접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내 마음 어딘가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시간이 더 가기 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행동에 옮겼다.


여행을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요 녀석들, 너희는 정말 운이 좋은 아이들이구나. 엄마를 잘 만나서 유럽 여행을 다 하고.”


핀란드 수오멘린나를 방문한 날,

미국에서 왔다는 어느 그룹 여행객들을 만났다. 나이가 지긋한 친구분들끼리 여행을 온 길이라고 했다. 

그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아니 세상에. 넌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우리 강아지는 열네 살이니까 아직 네 강아지보다 한참 어린 나이인 건데. 그 아이는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라서. 너희 강아지들은 어린 나이도 아닌데 이렇게 놀러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니. 네가 정말 부럽다. 나도 정말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그랬다..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고맙다. 함께 있어주어서. 건강하게 나이가 들어주어서. 오래 기뻐해 주어서.


아이들이 처음 내 품에 왔던 17년 전,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많은 욕심부리지 않을게. 그냥 17년만 내 곁에 있어줘.”

그때는 17년이 굉장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반려견들이 12-3년을 채 함께 하지 못하던 때였기 때문에. 

한껏 욕심을 부리고 불려서 말해본 시간이 17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17년이 이렇게 짧고도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그때 그 말을 취소하고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더 오래.. 조금만 더 오래… 내 곁에 함께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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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의 저자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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