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느낀다는 네 말에 안도의 한숨이 인다. 한 번도 아픔을 내색한 적 없었던 너이기에 아프다는 말이, 살아있기에 아픔도 느낄 수 있다는 그 말이 상념을 덜어준다. 아플 법도 한데 늘 아니라고 하는 네가 걱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아프다고 해 주어서 참 고맙다. 삶을 쳐내기에 바빠서 무작정 달리는 데만 익숙해져서 통각이 제거된 사람처럼 살아온 너니까 그래서 목 놓아 우는 법도 잊고 산 너니까. 네가 아프다는데 나는 그 말이 어째 반갑다.
반가운데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앓고 있을 네가 안쓰러워서 네 아픔을 슬퍼할 나를 더 걱정할 네가 눈에 밟혀서 곁에 있는 것조차 해 주지 못해서. 홀로 웅크리고 누워 너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네가 마주하고 있는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그곳에 빛이 있기는 할까. 가만 두 손을 모으고 앉아 고개를 돌린다. 비어 있는 옆자리에 너를 데려다 놓는다. 우는 것조차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너를 앉혀놓고 눈물을 흘린다. 내가 대신 울어주면 네 아픔이 덜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이렇게 꺼이꺼이 울면 너에게 닿을 수 있기라도 할 것처럼 이러면 네 손을 잡아줄 수 있을 것처럼.
눈물은 뜨겁고 가슴은 얼얼하고. 눈앞은 뽀얘지는데 네 모습은 선명해지고. 옆자리는 비어있는데 네 온기는 여전하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파오는 것은 네가 남긴 씨가 내 속에서 뿌리를 뻗어 있기 때문이겠지. 나 무너지지 말라고 네가 앞서 흩뿌려둔 씨가 내 가슴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겠지. 아픈 너의 시선이 조각나는 내 심장을 기우고 있기 때문이겠지.
내 심장의 뿌리는 너에게 닿아있어. 멎어가는 이 가슴을 뛰게 해 준 게 너니까 아프더라도 이겨내 줘. 앞이 보이지 않아도 한 걸음 내디뎌줘. 목전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어줘.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줘. 모든 게 너무 차가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겠지만 사방이 어두워 그 무엇도 보이지 않겠지만 딱딱해진 귀가 소리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겠지만.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 줘. 그러면 그림자가 되어 너를 감싸고 있는 나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네가 넘어진 나를 일으켜주었듯 나 또한 네 곁에서 너의 옅은 호흡을 심장소리 삼아 너를 안아 일으키고 있어. 미약한 나의 온기가 너를 둘러싼 냉기를 녹여내지 못하고 있을 뿐 나는 온 힘을 다해 너를 안고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줘. 내 심장이 뛰는 한 네 심장이 멎는 일은 없을 테니까. 너의 나를 믿고 버텨 줘. 나를 일으켜 세워줬던 너의 그 힘이 나를 거쳐 너에게 닿을 테니까. 네가 주었던 그 온기가 꽃씨가 되어 네 가슴에 뿌리를 내릴 테니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