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물어. 어떻게 해서 이 바다에 이르렀냐고. 그런데 너는 아무런 말없이 죽은 듯 웅크리고 누워 있어. 눈을 깜빡이고는 있는데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너는 대담이 없어. 영혼이 다쳤구나, 하고 생각하고 너를 가운데 두고 움직이기 시작해. 내 움직임을 따라 물에 파문이 일어.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이 원이 너에게 내가 온 것을 알려주기를 기도해.
너를 중심으로 바다를 가르고 또 가르고 있는데 너는 꼼짝도 하지 않아. 세찬 물살에 내 몸이 깎여나가고 있어는데도 움직임을 멈출 수가 없어. 네가 내가 온 것을 알지 못할까 봐. 그래서 영영 눈을 감아버릴까 봐. 그리하여 어느샌가 파도에 휩쓸려 버리게 될까 봐서야. 잠든 든 누워 있는 널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움직이는 것밖에 없으니까. 살이 떨어져 나가도 쉼 없이 움직이며 널 위한 둥근 벽을 만들어 가.
알아. 깨어 있다는 거.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는 거. 내가 목숨을 걸고 전하는 이 침묵의 말을 네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네 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 나를 힘들게 하려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움직일 기력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거.
너를 가운데 두고 돌며 네 심장에 박힌 수많은 작살을 봐.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어. 그런데 그 누구도, 심지어는 나 자신보다 널 사랑한 나조차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어. 네 피가 투명하기 때문이었고 네가 아프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겠지. 그렇다고 해도 나는 네 아픔을 미리 알아채지 못한 내가 너무 원망스럽고 저 혼자 힘든 시간을 마주하게 해서 너무 가슴이 아파.
둥근 원으로 너를 보호하는 벽을 만들어두고 네 심장에 입을 갖다 대. 그리고는 혀로 천천히 네 심장을 핥아. 상처에 네가 지나온 시간이 있어. 네 가슴에 작살을 꽂은 이들의 이름이 있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너 자신은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네가 있어. 혀로 심장을 핥는데 왜 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지. 눈물을 삼키며 말해. 아팠구나. 힘들었구나. 외로웠구나. 쓸쓸했구나. 괴로웠구나. 참고 있었구나, 하고.
너에게서부터 슬픔의 파문이 번져와. 내 눈에서 너의 눈물이 흘러내려. 내가 우는데 네가 울어. 네 눈에서 나의 눈물이 흘러내려. 우리의 사랑이 울어. 바다에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어. 울지 마, 무리해서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로 인해 아파하지 않아도 돼. 나는 네 심장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네가 눈물을 되찾은 것으로 충분하니까. 네가 날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으로 충분하니까. 네가 영혼을 되찾게 된 순간 네 곁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으로 충분하니까 지금은 애쓰지 마.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너의 입술이 내 몸에 닿아. 네 심장에서부터 번져온 파문이 물길을 타고 내 가슴으로 들어와. 네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가슴이 두근거려. 가만 멈춰 너를 응시해. 너는 여전히 초점 없는 눈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물결만 달라져 있어. 네가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심장의 울림이 네가 나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을 물속에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야.
"계속 곁에 있었어. 한순간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순간이 없어. 힘들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줘."
물길을 타고 온 네 심장 소리가 상처투성이의 내 가슴을 매만져. 심박과 심박이 닿아 슬픈 사랑의 심포니를 만들어내. 그 가운데서 너와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 그리움의 눈물은 바다를 채우며 어긋나 있던 우리의 시간을 이어주고 있어. 불현듯 우리에게 닿았던 헤어짐의 상처가 기워지고 있어. 그리고 나는 네 눈물에 안겨 울며 다시 동심원을 만들어 가기 시작해. 너의 눈이 초점을 찾아 네 눈동자에 내가 맺힐 날을 기다리며 말해.
"알아. 쓰러지던 그 순간에도 너 보다 날 걱정했을 너였을 테니까. 힘들지 않아, 보고 싶고 그리울 뿐. 그러니까 내 걱정은 하지마.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