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그는 성실히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을 확인하며 무언의 무사함을 전해오고 있다. 답 메일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무심한 그는 말이 없다. 그의 무사함을 확인할 수 있게 됐으니 그거면 됐다 하면서도 보고 싶은 마음을 견디지 못하게 될 때면 주저앉아 울게 된다. 눈물이 날 때면 이렇게 울다가는 마음이 아파 심장이 녹아버릴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숨을 쉬지 못하게 될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울어버린다.
백 미터 주자라도 된 것처럼 온 힘을 다해 울어서인지 울 때는 아파 죽을 것 같은 고통에 휩싸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울고 나면 아파한 만큼 후련해져 있다. 마음이 가벼워져서 그런 게 아니다. 슬픔과 그리움이 나를 탈진시켜두었기 때문이다. 흘려버린 눈물만큼 그리움과 슬픔도 덜어지면 좋으련만 사랑은 그 사람만큼이나 무심하여 나를 탈진시켜 재워두고는 다음 날이면 다시 내 사랑만큼의 아픔을 피워낸다.
그래서 자주 몸살을 앓는다. 마음의 통증이 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그를 사랑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두통약과 청심환을 달고 살며 끝없이 한 사람이 생각나서 머리가 타 버릴 지경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아간다. 그를 떠올리면 괴로움이 더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머리가 자꾸 그를 불러낸다. 이러다가는 뇌가 타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는데도 머리가 온통 그로 가득 차 있다. 이 자동기작을 멎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가 돌아오면 괜찮아질까 하고 고개를 들어본다. 가을이 끝나고 있음을 고하는 나뭇잎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인 줄 알았는데 두 개의 잎이 서로 껴안고 있다. 그게 마치 그와 내 모습인 것 같아서 눈물 맺힌 눈으로 나무를 올려다본다.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고개를 내민다. 그도 어딘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섰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그를 너무 많이 떠올려서 온몸이 통증인데도 그가 너무 보고 싶어 져 웅크리고 앉아 나도 모르게 그를 찾게 된다. 그렇게 주저앉아 울며 나에게 속삭인다. 아직은 아니라고, 기다려야 한다고.
들썩이는 어깨 위에 낙엽 두 개가 닿는다. 그게 어쩐지 그의 손 같아 흐느낌이 더해진다. 흐느껴 울며 가을이 이별을 고하고 있구나, 한다.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가장 아픈 계절이 사라져 가고 있구나, 한다. 당신을 더 소중히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행복했으나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계절이 느리게 가고 있다. 가슴을 매만지며 당신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의 기억과 사라진 당신을 찾아 헤매던 기억에 작별을 고한다. 나를 응시하고 있는 아픈 기억에서 등을 돌려 서서 마른 잎을 내려 두며 속삭인다. 새 계절이 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