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난 듯 심장은 자꾸 두근거리고 지치도록 그를 생각해서 머리는 깨질 것만 같고 입안은 쉼 없이 침이 고인다. 내 마음인데도 내 의지대로 할 수가 없다. 이제 막 알게 된 사람이 아닌데, 오래도록 사랑해 왔는데 이토록 새삼스럽게 마음이 이렇게까지 깊어질 수 있음에 놀라고 있다. 한 사람을 이 정도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신비롭고 또 신기하다. 전에도 사랑은 했는데 그때 내가 집중하고 있던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할 만큼 그와 떨어져 있으면서 새롭고 낯선 마음을 마주하고 있다.
내 주변은 온통 그 사람으로 가득 찼는데 그를 만날 수가 없을 때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바다로 향하게 된다. 바다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보면 불현듯 눈물이 흐른다. 그러면 사랑을 매만지듯 눈물로 가득 찬 볼에 손을 덧대게 된다. 손이 닿으면 시린 마음이 따끔따끔 아려오기 시작한다. 그 마음을 앞에 두고 그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말을 뱉어내듯 꺼이꺼이 소리 내 울게 된다. 내 마음인데도 내 뜻대로 할 수가 없는 까닭이다.
참고 참다가 그가 견딜 수 없이 보고 싶어질 때면 손가락을 깨물게 된다. 손가락이 아프면 그리움이 희미해질까 싶어 이에 힘을 줘 본다. 아프다. 아파서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깨물어도 죽을 만큼 아프지 않다. 마음이 훨씬 더 아프기 때문이고 그리움이 그보다 더 짙기 때문이다.
그를 보고 싶은 마음이 나를 압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은 그의 목소리가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 버릴 때 자주 나타난다. 그럴 때는 그가 보고 싶은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손가락을 깨물게 되는데 어쩐지 손가락을 세게 깨물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잘 지내고 있는지, 울고 있지는 않은지, 내 걱정에 한숨 쉬고 있지는 하는 생각이 그를 불러내기 때문이다.
얼마나 손가락을 더 깨물어야 이 요란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이러다가 손가락 지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지. 저 너머 그의 손가락은 괜찮을지. 다시 손가락을 깨문다. 아프다. 그런데 괜찮다. 내 사랑의 지문은 그에게 남겨지고 있고 내 시간의 나이테는 그의 눈에 담기고 있으며 그의 모든 순간은 나에게 새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보고 싶을 때마다 손가락을 깨물게 되는 유치하고 나쁜 습관이지만 이 습관이 마음에 든다. 이런 유아기적 습관을 돌려준 그가 좋은 까닭이다. 다시 손가락을 깨문다. 손가락 지문이 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 그가 돌아오기를 기도하며.